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Jul 14. 2024

네가 더 재밌다

둥글둥글 밥상에 앉아서

놓지 않는 리모컨


밥 먹을 땐 보지 말자

입이 닳도록 일렀건만


TV 안으로 들어가겠다

고만 꺼라

소리 무지르고

정지화면에 고정한 눈

누가 말리랴


정신 팔린 두 눈엔

알록달록 맛난 반찬 보일리 없고

흰 맨밥만 처묵처묵


숙제처럼 해치운 밥상 

마지막 미션

수박 한 덩이


어느새 움직이는 TV 화면에

두 눈은 다시 고정


큼지막한 수박 조각 잡는

조그마한 두 손

앙 물어보는

앵두 같은 입술

꿈틀대는 눈썹

사르르 감기는 눈

살짝 찌그러진 진실의 미간


TV가 그렇게 재밌냐

엄마

네가 더 재밌다



그림 출처. 블로그. 차일드 케어



매거진의 이전글 채소 씻는 기계가 나올 때도 됐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