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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게 하는
엄마를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아들
by
루시아
Jul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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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다가온다.
나 어릴 때 학교 다닐 적엔 교과서란 교과서는 항상 가방에 모두 때려 넣고 죽으나 사나 이고 지고 다녔는데 요새는 학교 사물함이 잘 되어 있어 무겁게 다니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중 1이 된 딸아이도 몸집이 커진 만큼 큰 가방을 사주었으나 가방은 가볍다.
어제저녁, 딸아이가 내일은 자기를 좀 데리러 학교에 와주면 안 되느냐 물었다.
다음 주면 여름방학 시작이니 학교 물건을 집으로 몽땅 가져와야 한단다. 등교만 도와주고 하교 때 센터에 가는 건 아이들 스스로 걸어가도록 훈련을 시킨 터라 요 근래 좀 편케 지냈으니 바깥공기도 쐴 겸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아침이 되니 하늘이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졌다. 딸아이의 무거운 가방도 문제지만 초5 막둥이가 이 빗속을 뚫고 센터에 걸어갈 모습을 상상하니 답이 안 나온다.
학교에서 하교할 무렵 전화를 나에게 하면 비가 너무 많이 올 경우 엄마가 데리러 가마 미리 일러주었다.
이윽고 하교 시간이 되고 아들의 전화가 왔다.
"엄마~!"
"응~ 지금 비 와?"
"아니~ 비가 하~~~ 나도 안 와."
"그래? ^^ 그럼 센터에 걸어가는 거 문제없는 거야?"
"응. 문제없을 것 같아. 사랑해~~"
그러더니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걸려온 딸아이 전화.
"학교 끝났어?"
"응."
"늘 엄마가 데리러 갔던 초등학교 쪽은 너무 머니까 아침 등교할 때 엄마가 내려줬던 데에서 기다려."
"응. 알았어."
딸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비가 하나도 안 온다는 막둥이 말과는 달리 부슬부슬 비가 온다. 차에 시동을 걸고 얼마 가지 않았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그러더니 막둥이에게 전화가 왔다.
큰일이다. 지금 딸아이에게 가는 길인데 내 몸은 두 개가 아니니 이제 와 전화를 해도 막둥이한테는 갈 수가 없는데 어쩐다?
"응, 지후야. 왜?"
"엄마, 비가 아까는 안 오더니 지금은 많이 와."
"(그래... 엄마도 알아.ㅜ) 어떡해? 센터 거의 다 도착해 가?"
"음.. 가고 있는 중이야."
"어떻게, 비가 많이 와서 다 젖을 것 같아?"
"아니 괜찮아. 지금 거의 다 와 가."
"그래?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전화한 거 아니었어? (제발 아니길, 엄마는 지금 누나한테 가고 있단 말이야.)"
"아니. 아까는 비가 안 왔는데 지금은 비가 많이 온다고 설명해 주는 건데?"
"아, 그래? (아들. 조금만 더 힘내서 천천히 얼른 가 보렴. ㅠ)"
그러더니, 살갑지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엄마~"
하고 부른다.
"응?"
"지금 밖에 나오지 마. 비가 대박 많이 오니까.
그럼 끊어~"
띠링
하고 전화가 끊겼다.
아... 내 품에 옹알옹알대던 어린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
비가 대박 많이 오니까 밖에 나오지 말라고.
이 미묘한 감정. 이게 뭔지 모르겠다.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마음이 뜨겁다.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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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고 바쁜 인생에 감동, 웃음을 잠시라도 느끼시면 어떨까 하는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살아보니(?) 근심 없이 그저 웃고 속 편한 것이 제일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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