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여자아이들과 비교해서 매우 털털한 성격의 딸아이는 예쁜 옷을 사달라거나 예쁜 신발을 사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아빠와 쓸데없는 곳에 돈을 잘 쓰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자연스레 보고 배워서일까. 아니면 철이 너무 빨리 들어버린 맏딸 이어서일까. 한창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할 나이인데 그러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 짠하기도 하다.
털털한 것과는 별개로 "사랑해"라는 말은 또 곧잘 한다. 다정다감한 표현을 잘하고 속이 깊은 편이다. 잠자러 갈 시간인데 내가 두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을 땐 등 뒤에서 백허그를 해주고, 머리를 금방 감고 나와 물이 뚝뚝 떨어져도 아랑곳 않고 나를 꼭 안고는 "엄마, 사랑해." 하고 속삭여준다. 표현에 서투르고 어색해서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겠지 하고 늘 건너뛰는 나보다 백 배 나은 딸이다.
하루 마무리를 짓기 위해 분주하게 주방일을 하는 내게 딸아이가 다가와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