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언젠가 배우 오민석이 “미운 우리 새끼”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욕을 잔뜩 먹은 적이 있다.
반반하게 생긴 그가, 욕먹을 짓이라고는 전혀 안 할 거 같은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욕 테러를 당한 이유는 바로 설거지 거리를 방치한 것! 설거지해야 할 그릇을 싱크대 안에 얌전히 넣어두기만 한 것이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완벽한 설거지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럼? 그것은 바로 그릇에 물을 촉촉하게 담가두지 않은 것이다.
밥풀이며 반찬의 양념들은 그릇에 묻은 채로 그대로 놔두면 점점 말라비틀어지면서 나중에 설거지할 사람은 평소보다 힘이 두 배로 든다. 욕도 두 배로 나오고. 좀 수월케 설거지를 하려면 뒤늦게라도 물에 담가두고 그릇이 불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미관상으로도 위생상으로도 좋지가 않다.
드라마 “미생”에 나와서 완벽주의 역할을 찰지게 해낸 오민석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노라며 예능에 나왔다가 무지막지한 신고식을 치르고 만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안 나오는 게 나을 뻔. ㅠ
살림이란 걸 전혀 해 보지 않은 그였으므로 무지했기 때문에 엄마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다음 번 회차에 등장한 그는 설거지해야 할 그릇에 물을 안 부어놓으면 어떡하냐는 어마어마한 충고 댓글을 수도 없이 받았다며 진저리 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며 물을 틀어 그릇에 흠뻑 적셔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사람이란 역시 배워야 하는구나 싶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지 하는 마음도 든다. 설거지까지는 안 하더라도 설거지를 해주는 타인을 위해 좀 편히 설거지할 수 있게끔 하는 배려 말이다. 가장 편한 내 집이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위한 배려는 또 무엇이 있을까 한 번 생각해 본다. 양말을 벗어 빨래통에 던져 넣을 때 양말이 뒤집어지지 않은 상태로 해 놓는 것, 또 빨랫감을 빨래통에 넣기 전 주머니는 미리 본인이 만져보고 소지품은 꺼내놓아서 빨래하는 사람이 일일이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수고를 덜게 해주는 것 등이 있겠고. 밖에서 찾는다면 건물의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갈 때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잠시 잡아주는 것,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잠시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것 등등?
힘이 드는 일도 아니고 소소하게 타인을 배려함으로써 모두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내가 물을 마시고 싶어 물 한 잔 따라 마실 때 같이 있는 누군가에게 “물 한 잔 줄까?”하고 물어보는 것도 따뜻한 배려 중 하나일 듯하다. 내가 목이 마를 때 저 사람도 목이 마를 거야라고 헤아리는 마음과 미루어 짐작하는 마음.
배려가 자꾸자꾸 거듭될수록 언젠간 나도 그 돌고 도는 배려를 받게 될 테니 생각만으로도 참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