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종종 쓴소리를 하고 자주 자아비판을 늘어놓는다. 훌륭하지 않은데 훌륭한 척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은 구멍 난 포장지인데 반들반들한 셀로판지로 보이고 싶지 않다. 낮은 평가보다 괴로운 건 과대평가를 받는 일. 때때로 나는 일부러 징징대고, 제 살 깎아먹기라도 내가 '골라낸' 모습만 보여 주고 싶지 않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나를 통해 위로받을 누군가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고군분투와 삽질에 대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말하는 편인데, 이것이 타인에게 적잖은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가수 요조) --- 태도의 말들 113p
가수 요조
때때로 우리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의 1만 가지 모습 중 골라내고 다듬어 놓은 반들반들한 조약돌 같은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상대가 나를 얕볼까 봐
상대가 나를 무시하고 비웃을까 봐
그런데 과감히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 안 쓰는 소위 삽질을 대놓고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위의 책을 읽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로 지인 중에 자신이 얼마나 뻘짓을 했는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를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얘기하는 걸 듣고는 같이 한참을 웃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나를 100퍼센트 믿는 걸까. 믿기 때문에 이런 쪽팔리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내게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마음에 쌓아 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밖으로 모두 꺼내어 놓고 속시원히 사는, 태생이 그런 사람인 걸까.
우리는 가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을 위로하고 돌아 나오며 터무니없는 위안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아... 나는 저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야. 나한테 저런 불행이 닥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남의 불행을 보고 나는 위안을 받다니... 사람 심리라는 게 참 묘하지요. 상대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나는 안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갖게 되는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냥 위를 쳐다보며 불행하다 생각하다가도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난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는 간사함 혹은 살기 위한 발버둥?
완전한 행복도 없고 영원한 불행도 없는 것인데...
하루하루 웃음 가득한 시간들로 꽉꽉 채우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솔직히 전 가수 요조의 팬은 아닙니다. 언제나 노래를 끼고 사는지라 듣는 귀가 나름 트여서 자신만의 독특한 발성으로 그 가수만의 특색 있는 보컬을 들으며 온몸의 전율을 느껴야 음... 이 가수 노래 좀 하는구나 하고 같잖게 그들을 평가하곤 하거든요.
가수 요조는 진성의 목소리가 잘 안 느껴지는,,, 밥은 제대로 먹고 무대에 올랐는지 궁금한 가창력의 소유자입니다. 만지면 톡 부러질 거 같은 몸과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가 남들을 위해 자신의 삽질을 과감히 이야기한다는 사실에 오늘은 그 누구보다도 그녀가 참 강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