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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빈부

by 루시아




시소 정가운데 서서

일필휘지 휘갈기고 싶지만

가운데가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쉬이 알기 어렵다



나의 글이 갖는 가난함 혹은 부유함은

정확히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으니

무엇 하나 써 내려가기

자꾸만 저어되어

쓰다 지우고

쓰다 구기고



허나

내가 치밀하게 계산하여

치우치지 않도록

정가운데 지점을 찾아낸다 한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

아래에서 나를 우러러보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터


과연 나와 쌍생아처럼 똑같은 처지의 사람을 찾을 수가 있기는 할까



그러니 그저

이리저리 돌아보지 말고

내가 쓰던 대로

늘 그래 왔던 대로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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