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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Nov 06. 2022

우리 집 돌하르방의 비밀

어마어마허네잉


결혼 12년 차다.

이젠 눈만 봐도 이 냥반이 무얼 원하는지 알 수가 있다. 아! 아직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의식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 어찌 보면 "식"이라 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식을! 어찌하여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모를 수가 있냐고? 나도 물어봤다. "쟈기야~~ 쟈기야~~ 쟈기는 이 세상에서 어떤 음식이 제~~~~~~일 죠하??" 정말 다시 봐도 속이 느글느글할 정도의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섞어가며 눈도 막 1초당 30번씩 깜빡여 가며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된장국" 이란 말이 돌아온 것이다. 아~! 물론 된장국 좋아할 만하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된장국의 친구 된장찌개가 빠지면 서운하여 찾게 되는 음식이고 냉한 반찬만 먹기는 좀 뭔가 허전할 때 그 된장국은 정말 토종 한국인으로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줄로 안다. 하지만 마누라가 그렇게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다 부려가며 열과 성의를 다해 질문을 했으면 최소 샥스핀이랄지, 트러플이 들어간 계란 프라이 요리라든지, 캐비어가 들어간 카나페 요리라든지 그런 것을 대야 할 것이 아닌가. 된장국이라니... 물어본 사람 허무하게...


이게 정확하지 않은 이유가 또 있다.


카레를 매번 하던 방식에서 조금 색다르게 양파를 캬라멜라이징을 해서 그러니까 양파를 다글다글 볶아서 갈색으로 때깔이 나게끔 만든 다음 각종 야채를 넣은 카레를 만들어 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역시 요리는 정성인 것인지 한 술 뜨고는 맛있다고 엄지 척도 모자라 하는 말이 "난 매일매일 카레만 먹을 수도 있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 고뤠?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 내리 카레만 한 번 주어 보았다.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하더니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다른 음식을 직접 손수 만들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니 내가 남편이 어떤 음식을 최고로 좋아하는지 알 수도 없고 알아차릴 수도 없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삼천포로 새고 말았다.






암튼 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만한 사이(물론 음식 그 분야 말고)이지만 밤의 만남은 조금 다르다. 한 때 박준형 부부가 TV에서 자기네 부부는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하길래 박준형이 안달 나서 김지혜가 버팅기는 건가 했었다. 한데 그게 아니라 정반대였다.


그것이 음... 그것은 서로 부부지간에 침대에서 발로 툭툭 찬다고 오케이 바로 승낙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컨디션에 따라 거부할 날도 있는 것이고 뭐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박준형 부부와는 좀 다른 이유로 예약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미리 힌트를 줄 수도 있다.


돌하르방이 나란히 앞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그렇게 친구처럼 편한 날을 보내자는 것이고

돌하르방이 마주 보고 얼굴을 대고 있으면 (마침 입이 조금씩 나와 있어서 꼬옥 뽀뽀하는 모양새이다) 오늘은 친구관계를 벗어나 보자는 그런 의미이다. 푸핫. 상당히 쑥스럽네요잉. 하하핫

원래는 결혼하면서 선물 받은 원앙새 한 쌍을 가지고 있었고 원앙 커플이 그 역할을 했었는데 뭐 솔직히 신혼 때야 원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라. 모를 수가 없을 텐데? ㅋㅋ

제 할 일을 할 수 없었던 원앙새는 그 이후 이사를 핑계로 어디론가 날아가버렸고 지금 우리 집에는 돌하르방 한 쌍만이 남아있다.


지금은 나란히 손을 잡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아... 무슨 뜻인지 알겠다고?

정말 똑똑하시군요? ㅋㅋ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하핫 >.<


뭔가 글이 끝날 때가 안 된 것 같은데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아마도

기분 탓일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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