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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소 안 가고 아기 이름 지어볼까?

비 전문가의 작명기

by 라헤

나는 사주를 믿지 않아 왔다.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사주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내가 좋은 사주를 타고나 별 탈 없이 살아온 덕분일 수도 있다.


나는 제목, 명칭 등 이름을 만드는 일을 자주 한다.

정책명부터, 행사 이름, 보고서 제목까지 각종 명칭을 만드는 일을 자주 한다. 각종 명칭에는 뒤이어 나올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줘야 한다. 나는 그 한 단어를 만들기 위해 며칠을 고민한다. 그럼에도 그 과정이 나에게는 큰 부담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이름을 짓는 것은 다르다.

이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불리는 단어이다. 금방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새로운 단어를 자주 만들고 사주팔자는 보지도 않았지만, 막상 내 아기 이름 세 글자를 짓기 위해 며칠 동안 명리학과 사주의 원리를 찾아보고 챗 지피티와 토론했다. 또 다양한 어플을 다운로드고 결제하며 이름을 비교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름이 어떤지 물어봤다.


"그냥 작명소 가서 물어봐"

가장 편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더라도 그 이름이 왜 좋은 이름인지 알고 싶었다. 단순하게 답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설사 작명가가 그 원리를 말해준다고 해도 그 원리가 진짜 맞는 말인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간 시간 날 때마다 그 원리를 파악해 왔고, 그 결과 내가 파악한 “좋은 이름”이라고 하는 것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이름 짓기의 원칙>

※ 비 전문가의 글이니 참고만 할 것


1. 부르기 쉽고, 쓰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

- 작명학의 소리음양, 소리오행과 관련된다.

- 타인에게 기억하기 쉽고 친근한 인식을 준다.

- 더 많이 불리게 되면서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다.


2. 다른 뜻을 가지거나 놀리기 쉬운 이름은 피한다.

-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렸을 적 좋은 뜻을 가진 별명은 잘 없다.


3. 좋은 뜻을 가져야 한다.(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 행복하고 값진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 생각보다 살아가며 이름 뜻을 설명하는 일이 많다.


4. 타고난 사주를 보완하면 마음 편하다.(자원오행)

- 인생이 안 풀릴 때 그 원인을 해결하기보단 사주를 탓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워낙 해석이 다양해서 이론에 따라 좋은 이름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이름이 되기도 한다.


5. 81 수리(수리사격)와 수리음양은 참고만 하자.

- 위와 마찬가지 이유다.


(참고로 위의 원칙 중 작명 어플이나 인터넷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는 툴은 1, 4, 5번이다.)


위 원칙에 따라 내 아들의 이름을 지어보겠다.

※ 다시 한번 말한다, 이것은 내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한 비 전문가의 글이다.


1. 부르기 쉽고, 쓰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


1-1. 많이 쓰일수록 부르기가 쉬울 것 같다.

그래서 우선 아기 이름 순위를 찾아본다. https://baby-name.kr/

1~75위까지의 이름이 나온다. 상위권에 서준, 민준, 도윤, 예준, 하준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예전 민지, 영철, 민수처럼 흔한 이름이 될 것이다. 너무 흔한 것은 싫다. 일단 1~20위는 제외한다.


1-2. 연예인이나 내 지인의 이름은 제외한다.

아들 이름을 부르는데 연예인이나 친구들이 연계되어 생각날 것 같다. 내 아들의 이름을 부를 땐 오로지 내 아들만 생각나길 바란다. 우빈, 지원, 이준 등의 이름이 지워진다.


1-3. 두 글자 모두에 받침 있는 이름을 제외한다.

이름 두 글자 모두에 받침이 있으면 쓰기도, 발음하기도 어렵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국인들도 ㅇ과 ㄴ 받침 발음을 헷갈려한다. 현준, 민성, 준혁, 준영 등은 제외했다.


1-4. 영어로 쓰기 어려운 이름은 제외한다.

재윤(Jae Yoon)과 같이 영어로 바꿨을 때 이름의 글자 수가 6자 이상인 것은 제외한다. 이것은 지극이 내 취향이다. 참고로 내 이름을 영어로 바꾸면 13개의 알파벳이 필요하다. 이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귀찮다.


1-5. 소리음양을 살펴보자.

모음의 음과 양이 적절한 균형이 있어야 이름에 생기가 돈다고 한다. 이름의 운율과 관계되어, 뒤에 나올 다양한 이론 중 그나마 가장 과학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름 후보군 대부분이 이를 만족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모음의 음과 양의 조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성이 김이라서 이름이 모두 ㅣ의 모음을 갖지 않으면 됐다. 제외되는 이름은 없었다.


- 양의 모음: ㅏ ㅑ ㅗ ㅛ ㅐ ㅒ ㅘ ㅙ ㅚ

- 음의 모음: ㅓ ㅕ ㅜ ㅠ ㅡ ㅕ ㅖ ㅝ ㅜ ㅖ ㅟ ㅢ

- 중의 모음: ㅣ


1-6. 소리오행을 살펴보자.

※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론에 따라 좋은 이름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이름이 되기도 한다.

소리오행은 자음이 오행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여 이름 간에 상생인지 상극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명리학자는 훈민정음운해본을 기준으로 자음 오행을 판단하고, 다른 명리학자는 해례본을 기준으로 자음 오행을 판단한다. 이것을 무엇으로 판단할지에 따라 같은 이름을 두고 누군가는 최고의 이름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최악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소리오행을 참고만 하되 신뢰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때 기준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쓴 훈민정음해례본으로 잡았다.

<훈민정음운해본과 해례본의 소리오행 차이점>

- 공통점:

· (목) ㄱ, ㅋ / (화) ㄴ, ㄷ, ㄹ, ㅌ / (금) ㅅ, ㅈ, ㅊ

- 차이점

· 해례본: 토(ㅁ, ㅂ, ㅍ), 수(ㅇ, ㅎ)

· 운해본: 토(ㅇ, ㅎ), 수(ㅁ, ㅂ, ㅍ)


<소리오행에 따라 상생하는 이름>

이름 자음의 소리오행이 다음 중 하나만 만족하면 된다고 한다. 모두를 만족하면 좋겠지만 그런 이름은 거의 없다.

① 성자 초성, 가운데자 초성, 끝자 초성이 상생

② 성자 종성, 가운데자 초성, 끝자 초성이 상생

③ 성자 종성과 가운데자 초성, 가운데자 초성과 가운데자 종성, 가운데자 종성과 끝자 초성이 상생


나는 김 씨이기 때문에 오행 중 '목'에 해당하여 '화', '수', '목'과 상생하며 '금', '토'와 상극이다.

따라서 이름 첫자에 ㅅ, ㅈ, ㅊ, ㅁ, ㅂ, ㅍ이 들어간 것은 제외했다.


2. 다른 뜻을 가진, 속히 말해 놀리기 쉬운 이름이면 안된다.

Chat GPT의 도움을 받자. "OO으로 이름을 지으려는데 놀림받기 쉬울까?"정도로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해준다. 놀림받지 않을 만한 이름인데 생각보다 놀림받을 거리들이 많다. 이 과정으로 우주 등의 이름이 지워진다.

이제 이름 후보가 6개 남았다. 윤우, 이안, 이현이다. 이안과 이현은 너무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윤우'를 1순위로 하기로 했다. 이제 좋은 뜻과 좋을 갖고 사주를 보완하는 한자를 찾으면 된다.


3. 좋은 뜻을 가져야 한다.


3-1. 안 좋은 뜻을 가진 한자와 이름에 쓰지 않는 한자는 제외한다.

이름에 그 누구도 근심할 우, 어리석을 우 등은 쓰지 않는다.


3-2. 남은 한자를 가지고 스토리텔링한다.


첫 번째 조합은 奫(물 깊고 넓을 윤)과 玗(옥돌 우)다. 뜻은 다음과 같다.

"심해처럼 깊은 생각과 태평양처럼 넓은 마음을 가져라. 예쁘고 단단한 옥돌처럼 언행은 예쁘고 내면은 단단한 사람이 되어라."


두 번째 조합은 玧(귀막이 구슬 윤)과 㲾(비 우)다.

귀막이 구슬은 임금의 면류관에 달린 구슬로, 간신배들의 소리를 가려들으라는 말이다. 다른 뜻으로 붉은 옥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 우는 그야말로 비와 물을 뜻한다. 풀이하자면 다음과 같다.

"바른말만 들으면서 비처럼 세상에 새싹(희망)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라."


꿈보다 해몽이다. 뜻풀이는 한자가 뭐가 됐건 스토리텔링을 잘하면 된다.


4. 타고난 사주를 보완해야 한다.(자원오행)

내 아들의 사주에는 '금'과 '수'가 없다. 명리학에 따르면 이름으로 부족한 사주('금', '수')를 보완해야 한다.


먼저 奫玗를 분석해 보자.

- 奫(물 깊고 넓을 윤)은 어떤 작명가는 大를 부수로 보고 이 한자의 오행을 '목'으로 판단하는 반면, 어떤 작명가는 水를 부수로 보고 '수'로 판단하기도 한다.(이것도 기준이 불분명하다.)

- 玗(옥돌 우)는 작명가들이 공통적으로 오행을 金으로 판단한다.

- 이렇게 奫玗는 어느 정도 사주를 보완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玧 㲾를 분석해 보자.

- 玧은 玉이 부수로, 오행은 '금'이다.

- 㲾은 水가 부수로, 오행은 '수'이다.

- 이름에 '수'와 '금'이 있어, 玧 㲾은 사주에서 부족한 오행을 보완한다.


두 이름 다 사주의 오행을 보완하는 적절한 이름이다. 이제 이름 짓기 8부 능선까지 넘었다.


5. 81 수리획수(수리사격)를 고려해 보자.


5-1. 원리는 다음과 같다.

- 획수는 원획이라고 하여 부수를 본 글자로 썼을 때의 획을 기준으로 정한다.

- 획수에 따라 초년, 청년, 장년, 말년운이 정해진다는 이론이다.

- 각 획수에 대한 의미는 구글링을 통해 찾아보길 바란다. 키워드는 "81 수리 해설"

· 초년: 첫 이름자 획수 + 끝 이름자 획수

· 청년: 성 획수 + 첫 이름자 획수

· 장년: 성 획수 + 끝 이름자 획수

· 말년: 성 획수 + 첫 이름자 획수 + 끝 이름자 획수

- 내 성인 金은 총 8획이다.


5-2. 이름별로 분석해 보자

먼저 金奫玗를 분석해 보자.

- 奫은 부수를 大로 볼 때는 15획, 水로 볼 때는 16획이 된다. 즉 15획 또는 16획이다.(애매하다)

- 玗은 부수가 玉으로, 원획은 8획이다.

- 초년: 23 or 24획 / 청년: 23 or 24획 / 장년: 16획 / 말년: 31 or 32획

- 16, 23, 24, 31, 32획 모두 吉한 획수이다.


다음으로 金玧 를 분석해 보자.

- 玧은 부수가 玉으로, 총획수는 9획이다.

- 은 부수가 水로, 총획수는 7획이다.

- 초년: 16획 / 청년: 17획 / 장년: 15획 / 말년: 24획

- 15, 16, 17, 24획 모두 吉한 획수이다.


모두 수리획수(수리사격) 기준에 따라 吉할 이름이다.


5. 수리음양을 고려해 보자.

획수가 홀수면 양이고 짝수면 음이다.

먼저 金奫玗를 분석해 보자. 8획, 15 or 16획, 8획으로 음, 양 or 음, 음이다.

다음으로 金玧 를 분석해 보자. 8획, 9획, 7획으로 음, 양, 양이다.


두 이름 다 음양에서 양과 음의 조화가 적절하다.


이렇게 이름은 김윤우, 한자로는 金奫玗 또는 金玧 㲾로 결정할 계획이다.


사실 이렇게 분석하면서도 이것이 맞는지는 모르겠고 알면 알수록 괜히 더 불안해져서 작명소를 가야 할까 생각이 든다 ㅎㅎㅎㅎ 가족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해야겠다.


셀프로 우리 아기 이름 짓기 프로젝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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