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수녀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전화를 드렸다.
연세가 많으셔서 전화를 드릴 때마다 다른 분이 전화를 받으시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인다.
다행스럽게도 수녀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녀님이 점심 시간에 외출이 가능하시다며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셔서 날짜를 정하고 수녀님을 뵈러 갔다.
수녀원 안의 작은 건물 앞에서 수녀님을 기다리니 수녀님이 저 멀리 옷자락을 흩날리며 오셨다. 손에 커다란 종이 가방을 들고 계셨는데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하셨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차에 오르니 수녀님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셨다.
"이거 내가 밥을 먹을 때 나온 갈비인데 너 주려고 담아놨던 거야. 냄비에 물 넣고 끓여서 먹어라. 이건 수녀님들이 남은 밥으로 만든 누릉지인데 씻어서 물에 넣어 끓여서 먹으면 될거야. 이건 인절미인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달더라구. 이건 프라이팬에 구워 먹어라."
"수녀님. 그건 마시멜로예요."
수녀님은 누릉지를 봉지에서 꺼내서 손으로 집어 이리저리 뒤집으며 말씀하셨다.
"내가 안동김씨 양반집안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음식을 거지에게 줄 때도 깨끗하고 소중한 그릇에 담아주는 것을 보고 자랐는데 너에게 이렇게 봉지에 담아주어서 미안하구나."
누릉지를 먹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며 수녀님이 주시는 음식을 받았다.
작은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 우리는 해물파전 하나를 시켰다.
물을 마시려는 나를 수녀님은 말리며 기도를 먼저 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한마디 한마디 모두 나를 위한 축복의 기도였다.
감사의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수녀님은 물컵을 들고 나에게도 물컵을 들라고 하셨다.
나에게 운을 띄우라고 하시고는 한음절마다 멋진 건배사를 하셨다. 수녀님의 건배사를 녹음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쉬었다.
수녀님은 식사를 마치신 후, 자리에서 일어나시고는 옆자리의 어르신들에게 가셔서 수녀님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여 주면서 어떻게 수녀님이 되셨는지 일장연설을 하셨다. 처음 본 수녀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상할 수도 있는데 수녀님의 말씀을 어르신들은 웃으며 들으셨다. 성당에 다니시는냐는 수녀님의 물음에 어르신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어색함에 그저 웃기만 하셨다.
따뜻한 시간이었다.
수녀원으로 되돌아 온 후 수녀님과 헤어질 때 수녀님은 말씀하셨다.
"부모 형제들도 나이 서른이 넘으면 다 남이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치 마라. 오히려 믿음 안에서 만난 우리가 더 가까운 가족일 수 있다. 넌 혼자가 아니다. 내가 있잖니."
어머니. 수녀님은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해 주시지 못한 말씀을 대신 해 주신 어머니이시다. 수녀님과 헤어지면서 어쩌면 이번이 수녀님과의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 수녀님이 주신 음식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