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꿈

by 봄날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을 했어?"

어머니에게 물었다. 장롱 속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식 사진에서 어머니는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머니는 작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결혼했어."

어머니가 왜 아버지와 결혼했는지 나는 너무도 궁금했다.

"아빠를 어떻게 만났는데?"

어머니는 나의 얼굴을 외면한 채로 말했다.

"여의도할아버지가 소개시켜 주셨어."

여의도할아버지는 아버지보다 두 살 많으신 아버지의 숙부님이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는 대신 여의도할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신 말씀을 말했다.

"여의도할아버지가 네 자식은 대학교까지 보내 주겠다고 했어."

이런 어머니의 말씀에도 나는 어머니가 왜 아버지와 결혼했는지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언니에게서 듣게 되었다.

"학교를 그렇게 다니고 싶어하셨대. 하지만 학교에 가고 싶다고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그랬어. "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어머니가 개가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가 큰댁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이후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같이 어머니의 말년을 보낸 언니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나보다 많았던 것 같다.


"처음 만난 날 짜장면을 먹었어. 그런데 술을 시키더라구. 그리고는 한참 혼자서 짜장면을 먹다가 나를 보고 왜 안먹냐고 그러더라구. 하지만 니 아버지는 내가 짜장면을 먹는지에 관심이 없었어. 짜장면을 먹다가 나를 쳐다보고 안먹어? 그러고는 다시 짜장면을 먹고."


아버지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어머니 말을 듣고 자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서야 헤아려 본다.


나는 어머니의 꿈이었고 어머니의 미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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