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브런치북을 완결하며
글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쓰면 쓸수록 점점 더 글이 어렵게 느껴진다. 글을 써보기 전에, 글쓰기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분명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막막함을 느낄 줄은 솔직히 몰랐다.
마치 우리가 어떤 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 전보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오히려 그 분야에 대해 조금 배우고 난 후에 더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영어, 그거 다 외워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어, 문법, 독해, 듣기, 말하기 등 점차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글을 쓰기 전에도 일상을 살아가며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놓았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들과 함께라면, 글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머릿속에 혹은 메모장에 추상적으로 담겨있는 내용들에 형태만 부여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하는데, 바로 ’추상적인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과정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크게 1)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2) 그 아이디어를 글로 써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만 생각하고 2)에 대해 전혀 고려해보지 않은 것이다.
이번 브런치북을 쓰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느낀 점들은 이렇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는 ‘좋은 틀’이 있어야 좋은 글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틀이 바로 ‘기획’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중구난방으로 흩뿌려져 있고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절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그건 글이 아니다.
글은 결코 아름다운 단어들을 많이 활용해 문장을 이쁘게 꾸미고, 그런 문장들로 가득 채우면 잘 쓰는 것이 아니었다.
글 전체 주제를 정하고, 이 주제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구조를 짠다. 그리고 각 구조안에 아이디어를 배치함으로써 글 전체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면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라는 피드백을 받게 된다.
혹시 지인 중에 성격이 진중하고 진지한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주 만나는 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글도 똑같다고 느꼈다. 사실 글에 대해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진지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을 읽고 쓰는, 글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글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글에 대한 진지함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하게 동네 친구처럼 생각하기로 말이다. 글이 들어준다고 생각하며 친구처럼 만나서 기쁜 일이 있을 때는 그 기분을 신나서 얘기하고, 짜증 나거나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못할 욕도 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친구처럼.
‘음학이 아니라 음악이다.’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의 입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던 기억이 있다. 오디션 참가자들이 음악의 스킬적인 측면에 집중하지 않고 음악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심사평으로 많이 해주는 말이다.
이 말이 글쓰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필요한 스킬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서론, 본론, 결론’과 같이 공식과도 구조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보다 글 쓰는 것을 즐기고, 더 나아가 글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킬적인 부분에 수학 공식처럼 집중하다 보면, 글 쓰는 과정이 지겹고 피곤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에 대해 재미를 느끼지 못해 거리를 두게 될 수도 있다.
스킬적인 부분은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글을 즐기는 마음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짧은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아이디어가 맘에 들었기에 글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뒤따랐다. ‘내가 너무 순간적으로 반짝한 아이디어로만 글을 쓰나?’, ‘좀 더 진득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방송에서 유명 작곡가들이 ”10분 만에 만든 곡이 히트 쳤어요. 진짜 좋은 곡은 빠르게 써지더라고요.”라고 하는 인터뷰를 심심치 않게 봤다. 그리고 이 말이 내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더 짧게 생각하고 쓰는 버릇이 들지 않았을까.
사실 나도 안다. 생각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앉아있는다고 별 다른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그럼에도 글감을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가지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떠오르는 히트 아이디어만을 기다리는 건, 마치 로또 당첨과 같은 운 적인 요소에 기대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브런치북의 마지막 글을 써나가는 시점에 생각해 본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보다 나는 성장했을까?
대답은 ’ 그렇다 ‘이다. 살면서 가장 많은 글을 압축적으로 써보기 시작한 지금,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을 성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처럼 글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은 글을 쓸수록 점점 더 쌓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고민들이 기분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고민을 하고 이에 대해 생각하며 한층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워지고, 재밌게 쓸 수 있는 주제를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찾는 방법은... 글쎄 이것저것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 써봐야 하지 않을까. 글을 직접 쓰며 찾아내는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속해서 다양한 주제들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글로 생긴 고민은 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