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어휘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기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및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으며 이사와 이직이 자유롭다.
글을 쓰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나에게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재밌는 영상을 볼 수 있고, 갖고 싶은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고, 심지어 게임까지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한다는 건, ‘놀고 있다’는 뜻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스마트폰은 나에게 최고의 ‘작업 도구‘가 되었다.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메모할 수 있고, 이 메모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 생각을 글의 형태로 세상에 꺼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글에 넣으면 좋을 이미지를 다운로드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브런치에 들어가 적지만 소중한(!) 댓글에 답글을 달며 소통할 수 있고, 라이킷 개수로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며 글의 완성도를 높여나가기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글을 쓸 수 있기에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다. 카페, 식당,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글을 쓸 수 있다. 어디든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 앱을 켜면, 그곳이 작업실이 된다.
꼭 정해진 일터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든 일터가 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자유함을 느끼게 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연말에 일본 여행을 갈 예정인데, 일본에 가서도 글을 쓰고 업로드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만약 정해진 장소에서‘만’ 작업을 해야만 했다면, 이러한 자유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작업 공간의 자유가 주는 장점은 단순히 주어진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욱 창의적인 혹은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평소에 작업이 잘 되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을 매일같이 갈 수도 있다. 또한 낯선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영감을 찾아 작업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이 잘 써지는 카페가 있다면 그곳을 작업실 삼아 계속 방문해도 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더 이상 좋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색다른 공간을 찾아가며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게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건 또 아니다. 정해진 일터, 특히 내 자리가 있는 것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먼저, 매일 카페에서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작업하기 좋은 카페나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를 매일매일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또한 ‘내 자리’가 있다면 그 공간을 일하기 가장 좋은 환경으로, 내 입맛대로 세팅하고 꾸밀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굿즈를 둔다던지, 타건감 좋은 키보드와 같이 내 손에 맞는 작업 도구를 배치한다던지, 오랜 시간 앉아있기 편한 의자를 구비해 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일상의 루틴을 만들기 수월하다. 작업할 공간을 매일 찾아야 한다면, 공간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따라 이동 시간이 달라진다. 따라서 일정한 루틴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자유도가 늘어난 상황에서 루틴을 만들지 못하면, 늘어난 자유가 나의 의지를 잡아먹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일하는 공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제일 처음 언급한 스마트폰의 예시처럼,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일과 개인의 삶이 분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워라밸을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일하는 데에만 과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 건강, 가족 등 일 외의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작가 등의 사람들이 개인 작업실을 따로 마련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작업실로 출근해서 ‘내 자리’가 주는 안정감을 활용해 일을 하고, 특별한 일정이 있을 때는 외부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 자리’가 있다는 안정감이 작업실을 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디지털 노마드를 보며 우리는 쉽게 부러움을 느낀다. ‘매일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니...’, ‘저렇게 아무 데서나 일할 수 있으면 진짜 좋겠다.’ 등의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부터도 그런 자유를 꿈꾸며 살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으니, ’내 자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침에 눈 떴을 때 갈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엄마한테 들었던 말이다.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을 땐 이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지금, 이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