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엔 있을
“여기 세탁기 자리가 조금 작게 나온 거 같아요…25kg 용량이 들어갈까요?”
“제가 사진을 찍어왔는데, 여기가 세탁기 들어갈 공간이거든요. 여기에 세탁기 건조기 일체형 모델이 설치될까요?”
가전제품 상담 시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다. 집을 지을 때, 일반적으로 세탁기 공간을 미리 따로 만들어 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공간에 내가 사고자 하는 세탁기 규격이 맞지 않으면 설치가 되지 않는다. 아예 타협점이 없다. 세탁기 큰 용량을 사용하고 싶다고 집을 뜯어고치지는 않으니까.
이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딱 맞는, 나만을 위한 ‘내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자리에 앉게 된다. 학생으로서,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신입사원으로서, 막내아들로서, 큰딸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이 자리들이 모두 나에게 딱 맞는 것처럼 편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몇몇은 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돌아보면 자신에게 딱 맞다고 생각되는 자리는 많지 않았을 지도.
어른들로부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좋은 것만 누리면서 어떻게 살아’라는 말을 들으며 컸다. 하도 어렸을 때부터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좋은 것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싫고 불편한 것을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 말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의 자리에 억지로 앉아 참는 것이 아닌,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자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억지로 불편함을 참고 감내하다 보면 그것도 습관이 된다.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 편안함을 느끼는 것만 좇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딱 맞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은 자리를 발견할 것이다.
어딘가에 마련된 본인을 위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맞춰 넣기 위해 나를 욱여넣다가 괜히 몸과 마음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게. 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나를 생각해 주고 내가 기대받을 수 있는, 그래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그런 자리, 공간, 가정.
지금까지는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믿지 못할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마치 당신만을 위해 마련된 것만 같은 ‘그 자리’는 어딘가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