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서(2016년 2월 어느 금요일)
무슨 일이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몸풀기를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 주어야 부상을 방지하고 제 실력이 나올 수 있으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는 여러 번의 습작을 통해서 몸풀기를 해야 한다. 여행을 할 때도 본격적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기 전에 가까운 곳들을 선택해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1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두물머리(양수리)로 출사를 다녀왔다. 원래, 두물머리는 전문 사진가들이나 사진동호회에서 서울 근교 중 가장 많이 가는 출사지 중 한 곳인데 주로 새벽에 동트기 전에 가서 자리를 잡고, 동틀 녘의 안개 낀 강변이나, 강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섬 풍경들을 찍곤 한다. 보통, 전문가들은 일출을 시작으로 오전 9시 정도까지만 촬영을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햇빛도 강해지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작품사진을 찍기는 어려워진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위치에 있어 이쁜 카페들도 많고 맛집들도 많아 주말에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하러 많이 오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도 많이 한다. 특히 이곳에는 포토존들이 많아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아침 10시 이후에는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두물머리에 가려면 경의중앙선을 타고 가야 한다. 주말에는 경의중앙선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가 있다 보니, 교외로 자전거를 타러 가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작은 배낭을 하나씩 맨 등산객들도 꽤 많다. 경의중앙선이 닿는 곳곳에 산들과 자전거 전용도로로 이어지는 역들이 많다 보니 주말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양수역 인근에도 운길산이 있는데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수종사'라는 절에서 바라보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한강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운길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하니 나중에 등산 겸 사진 찍으러 한번 와야겠다.
아침에 집에서 8시쯤 경의중앙선을 타러 전철역으로 향했다. 작품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산책 겸 여행 몸풀기 겸해서 가는 출사라 서둘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오늘이 금요일이라 전철 안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는다.
운길산역을 지나 양수역에서 내렸다.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안개가 자욱하다. 두물머리로 곧장 가지 않고, 온 김에 세미원을 들러 보기로 했다. 두물머리로 가는 길은 역에서 곧장 가는 길과, '세미원'이라는 연꽃 식물원을 거쳐 '배다리'를 건너가는 길이 있는데 배를 이어 만든 다리가 또 이곳의 명물이란다.
역에서 약 10분쯤 걸으니 세미원에 도착했다. 세미원을 둘러보는데 아직은 철이 일러 연꽃은 볼 수 없었다. 7월~8월이 연꽃 피는 시기라 하니 아쉽지만 방학 때 한번 더 와 봐야겠다. 비록 연꽃이 아직 피지 않아 다소 황량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처음 오는 곳이라 여기저기 사진을 찍은 후, 배다리에 도착했다. 배를 수십 척 이어 그 위에 다리를 놓아 강을 건너게 만든 다리인데 조선 시대의 배다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배다리를 건너가니 두물머리 초입이 나왔다.
두물머리는 예전에 사진 찍으러 몇 번 와 봤지만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참 느낌이 다르다.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강변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한층 운치를 더한다.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과,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포토존을 뒤로하고 강가를 한번 휘 돌아가 본다. 그 끝에는 북한강 물줄기와 남한강 물줄기가 만나서 하나의 강을 이룬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두물머리가 있다. 거기에 두물경이라는 기념비가 서 있다.
앞쪽에는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이라 적혀 있고, 뒤쪽에는 황명걸시인이 지은 “두물머리에서”란 시가 적혀 있다. 천천히 그 시를 한 자 한 자 음미해 본다.
- 두물머리에서 - 황명걸
겸재의 족잣여울 과는 달라졌으나
북한강 남한강 두 물 합치며 묘를 이룬
두물머리는 한 폭의 청록산수화
예나 이제나 산자수명이라
내 본향 평양 유동
양각도를 품은 대동강가, 두물머리 닮아
양평을 제이의 고향 삼아 살며
두물머리에 나가 대동강을 그린다
아침에는 북한강 물안개에 뵙고
저녁에는 남한강 잔물결에 삼촌들 만나고
사방이 시원히 트인 두물머리에 서서
북한강 남한강 두 물이 합수해 한강 이루듯
남북이 하나 되어 고향 길 열리길 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