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4 오후 5시, 카페에 앉아 밖을 본다. 비 온 뒤라 쌀쌀하다. 벚나무 아래 꽃비 흔적이 자욱하다. 흰색 자동차가 지나간다. 꽃무늬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걸어온다. 붓펜을 놓고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되돌아보니 그동안 코비드의 적막감 속에서 그림이라는 망망대해를 떠다녔다. 그림밖에 딱히 할 게 없었다. 덕분에 그림 안으로 붓끝을 조금 더 깊이 밀어 넣을 수 있었다. 달빛이 앞을 비춰 주지만 내딛는 건 발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화가라는 엄연한 사실이 새삼스럽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