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 벌써 땅거미가 졌다. 해가 짧아졌다. 마당의 꽃들이 얼어 죽을까, 비닐로 덮어 주었다.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꺾어 와인잔에 담아 놓고 화구를 폈다. 꽃 속에 벌이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겨울인데 왜 벌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꽃향기에 기절했나? 얼추 윤곽을 잡고 나서 파란 장미로 바꿨다. 파란 장미는 없다. 그래서 간절한 희망이다. 마침 6B 연필, 보랏빛 열매가 있었다. 22.11.16 가을의 붉은 기운이 배경에 스미고 열매가 둘로 분화했다. 며칠 후 두꺼운 종이로 접은 비행기의 꽁지 부분과 감자탕에서 건져낸 등뼈 마디가 더해졌다.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려면 얼마나 긴 사연이 필요할까.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