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4 화폭을 마주하여 한바탕 난리 친 후 작업실을 나와 공원을 걸었다. 무성한 나무가 한여름 밤을 뒤덮었다. 나무는 가지를 뻗어 그늘을 벗어나 태양을 향해 자라난다.끄트머리의 가는 가지는 연신 새 잎을 돋운다.
스스로 돌아본다. 새롭고 새로워야 하는데 그저 익숙해진다. 이따금 야생성을 끌어올려 보지만 번번이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멈춘다.
''그래, 속도다.(velocity) 빠르거나 느림이 아니다.(speed) 움직거림 자체다. 나름의 세계를 이룬 그들 화가들은 하나같이 속도에 따른 생동감을 붓끝에 매달았다. 기계적으로 숙련된 붓이 아니다. 원심적 야생성을 잃지 말자. 그리지 말고 그리자. 그리 하자.''
발걸음을 돌렸다. 매애애애애애 고음의 외래종 매미소리가 울창한 숲에 갇혀 환각을 부른다. 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앗, 아까 씨름했던 그림이 방금 지나온 '한여름 밤'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뭔가 되감겨 재생되는 느낌이다. 꿈인가? (22:02)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