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6 다섯 개의 물감을 짰다. Titanium white, Warm grey, Blue grey, Burnt umber.
겨울 벚나무가 정비된 수로의 양옆으로 즐비하다. 붓을 든다. 허공을 향해가만히 움직거리는 나뭇가지와 줄기를 쫓는다. 나무를 보고 있되 나무를 그리지 않는다. 나무의 완벽한 자태에 구속되지 않는다. 며칠 얼었던 날이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춥다. 정면으로 돌진하는 빛알갱이들이 쉼 없이 얼굴을 때린다. 바싹 마른 겨울이 야생적 원심력을 절로 작동시킨다.
따져 보니 꽤 오래된 캔버스다. 어정쩡한 정물화 위에 미심쩍은 자화상을 그리다 말았고 그 위에 지금 겨울을 그리고 있다. 이미 생긴 표면질감 속으로 스며들려는 붓질이 가마니 짜듯 얽히고설킨다. 점점 손이 곱아온다. 오로지 춥다는 느낌만 남는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겨울을 버티는 겨울나무의 숭고함을 본다.
붓은 작은 캔버스로 넘어간다. 뉘엿 넘어가는 황혼의 황금빛을 잔가지 끝에 매달고 반짝거릴 때마다 미세한 온기가 느껴진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간다. 가로등이 켜진다. 집집마다 창문이 환해진다. 낮의 삭막함이사그라든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