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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Sep 27. 2024

012 여름, 013 한여름밤에


여름_mixed media on linen_162.2x150cm_2021, 24

한여름밤에_mixed media on linen_162.2x150cm_2021, 24


012, 013


8월 4일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가 바람 한 점 없는 하루를 견디고 있다. 꼬챙이 나무가 어느새 훌쩍 자라나 한여름밤을 뒤덮는다. 나무는 가지를 뻗어 제 그늘을 벗어나 해를 향해 가는 동안 연신 새잎을 돋운다.


나를 돌아본다. 늘 새롭고 새로워야 하건만 그저 익숙해진다. 지루하고 진부하다. 조바심 끝에 아직 남아 있는 야생성을 끌어내지만 번번이 고만고만하다. 절망 끝에 기교를 부리고 그 기교에 다시 절망한다더니.


''속도다. 빠르거나 느림이 아니다. 움직거림 자체다. 원심적인 야생성을 잃지 말아야. 그리지 않되 그리는, 거침없이 되어가는 대로. 관념이 아니라 감각이다.''


매애애애애애애------!! 외래종 매미가 높은음으로 울어댄다. 울창한 숲에 갇혀 환청을 듣는 듯하다. 반쯤 얼이 빠진 채 돌아와 작업실 문을 연다. 앗! 좀 전까지 온 힘을 다해 그린 그림이 방금 지나온 '한여름 밤'이 아닌가, 꿈인가?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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