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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시민들

by 류장복

시민들_charcoal, brushing on paper_31.3x23.2cm_2024


033


12월 11일


...... 명령을 내린 자의 눈에는 병사의 행동이 소극적이겠지만 병사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했다. 소설가 한강의 말이다. 시민들이 맨손으로 장갑차를 막아섰고 아들을 대하듯 병사를 안아주었으며 물러서는 병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계엄령이 떨어지고 지금까지 전개되는 상황마다 눈물이 차오른다. 그때마다 멍한 눈을 허공에 두고 쇠약한 늙음을 탓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다. 시민과 병사는 남이 아니었다.


중년의 남자가 시민 집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탄핵 부결에 쉽사리 실망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들은 경쾌했다. 몸짓과 목소리와 표정이 환했다. 지칠 수 없는 깃털 같은 힘들이 모여 맹금류의 날갯짓으로 날아올랐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원혼이 함께 날았다. '광주'를 기억하는 늙은 눈물이 축축하기만 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녀들은 '새살 돋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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