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00~227일 차
2025년 2월 1일 (+200days)
우리 이안이가 태어난 지 200일 된 날.
200일 기념을 위해 작은 케이크를 사 와서 초도 불었다. 이제 제법 컸다고 케이크를 보고 신나 할 줄도 안다.
이 작은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는 건, 어쩌면 태어난 아기도 아무 이유도 조건도 없이 부모를 그 자체로서 사랑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걸.
나만 보면 두 팔을 벌리고, 활짝 웃어주는 이안이 덕분에 오히려 매일 내가 사랑받는 기분이 든다.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 우리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2025년 2월 5일 (+204days)
자격증 시험을 신청했다. 출산 후 첫 도전이다. 이 자격증이 내 인생에 뭐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만, 집에서 육아만 하다 보니 배움에 대한 갈망이 또 커져버렸다. 이안아, 쉽지 않은 자격증이지만 엄마가 또 한 번 열심히 공부해 볼게. 너에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삶은 참 소중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엄마는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대하면서 열심히 살 테야.
2025년 2월 6일 (+205days)
감기에 걸려버린 이안이. 지난 주말부터 가벼운 기침이 시작되길래 월요일 되자마자 병원에 다녀왔지만,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하필 한파가 들이닥쳐서 병원 다녀오기도 힘들어졌다. 오늘은 다행히 남편이 출근을 늦게 해 준 덕분에 차 타고 따뜻하게 병원에 다녀왔다. (고마워 남편.) 결국 항생제를 처방받았는데, 약 잘 먹고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2025년 2월 11일 (+210days)
감기약 때문인지 거의 4일 째 하루에도 여러번 설사를 하고 있다. 이안이의 항문이 헐어버렸는데 약을 발라줘도 낫질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 중에 다시 병원을 가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잘 크고 있다. 최근들어 기는 속도가 정말 빨라졌고, 조금 어설프지만 엎드려있다가 스스로 앉는 것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건지 온 힘을 다해서 숨막힐 때까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다 궁금해한다.
그리고 나도 새로운 도전들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 주 신청한 자격증 공부를 위해 매일 3~4시간 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낮에도 전날 공부한 내용을 틈틈히 복습하고 있다. 그리고 스레드에서 'moslivingthedreams'라는 계정으로 꿈을 위해 열심히 사는 워킹맘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집 앞 필라테스도 신청했다. 너무 힘들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아니다. 오히려 비로소 활력이 넘친다. 이안아, 엄마 다시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볼게.
2025년 2월 16일 (+215days)
그 동안 종교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던 내가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래도 결혼 후에 기독교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식사 시간 때마다 감사 기도를 올리는 남편 덕분이다. 가만보면 남편이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함을 잘 느끼는 사람인데(내가 생각하는 남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그 원천이 기독교인 것 같다. 하여간 이안이에게 유아세례를 해주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앞으로 4주간 새가족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들이 많아지면서 건강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새가족 교육에서 처음 만난 권사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 분이신데 처음 만난 나와, 한 번도 본적 없는 이안이를 위해 기도해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했다. 물론 조금은 부담스러운 전도활동도 곁들여져서 다시금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올라올 뻔 했지만. 조만간 이안이에게 유아세례를 해줄 예정인데, 이안이가 커서 스스로 종교에 대한 선택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5년 2월 18일 (+217days)
이제 누워있다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앉는 것을 무척이나 잘 하게 되었다. 기는 것도 더 잘하게 되어서 예전보다 더 멀리까지 기어 나온다. 언제 이렇게 컸니! 감기는 많이 호전되어서 항문도 나았고, 기침도 잦아졌다. 콧물은 아직도 나와서 약을 먹고 있지만 이제 금방 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제부터 다시 이유식도 시작했다. 소고기 육수로 만든 쌀 미음, 포항초(시금치), 소고기, 토마토사과퓨레를 이틀간 먹이는데 다행히 예전보다는 덜 울고 잘 먹는다. 이번 주말에는 이유식을 더 많이 만들어 둬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엄마가 병원에서 정기검진 하시는 날이다. 아침에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는데, 정신이 없던 나머지 오늘이 검진일인 걸 까먹고 있어서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검사 가시기 전에 통화하면서 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 부모님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간절하게 바란다. 가끔은 소녀 같이 웃는 우리 엄마의 미소와, 조금은 어색하게 웃는 우리 아빠의 웃음이 오래토록 지켜지면 좋겠다.
2025년 2월 26일 (+225days)
요즘 이안이는 마루 바닥을 참 좋아한다. 거실 마루 바닥에 장난감을 던지면서, 장난감이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를 즐긴다. 그리고 마치 축구하듯이 마루로 장난감을 던진 뒤에 빠르게 기어가서 장난감을 줍고, 이를 무한 반복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혹시 나중에 손흥민처럼 엄청난 축구 선수가 돼서 엄마가 유럽에서 살게 해주려나?' 같은 즐거운 상상도 잠시 해본다. 기는 속도도 이제 엄청난데, 자세는 조금 웃기다. 마루 바닥에 무릎이 닿으면 아픈지, 무릎을 굽히지 않고 긴다. 오늘 놀러오신 친정 부모님도 아주 크게 웃으셨다.
대신 이렇게 마루에서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걱정이 하나 늘었다. 딱딱한 마루바닥에 머리를 꽈당 박을까봐 엄마는 늘 노심초사다. 귀여운 꿀벌 모양의 보호대를 착용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넘어질까봐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언제 이렇게 컸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2025년 2월 28일 (+227days)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 유기농 재료와 한우로 만든 이유식 큐브들. 간을 할 수 없으니 그 대신 만든 토마토사과 퓨레, 한우 양지 육수, 카라멜라이징한 양파 토핑, 땅콩 버터, 단호박 퓨레, 아기용 치즈 등등. 모든 것이 소용이 없다. 심지어 치즈를 주면 입 벌리고 다가오면서, 이유식을 주면 고개를 훽 돌리고 입을 꾹 닫고 운다. (물론 그모습이 매우 귀엽다.) 그리하여 이유식 제조를 잠시 중단하고, 시판 이유식으로 변경해보려고 한다. 무려 입곱개 업체에서 체험용 이유식을 주문해봤다. 부디 시판이라도 잘 먹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