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16 - 너의 4월

태어난지 259~288일차

by 행복한 호프맘

2025-04-14 (D+272days)

이안이의 감기가 끝나고 이런 저런 일들로 바빠서 이번 달은 이제야 육아일기를 쓰게 되었다. 3월 말 이안이의 감기는 무사히 다 나았고, 이안이는 더 많이 성장했다. 붙잡고 일어서기는 물론이고 선 상태에서 옆으로 이동하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한다. 기는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인지능력이 매우 발달해서 식탁 밑 의자 사이를 기어다니거나 아치형 장난감 밑을 통과하여 다니는 것도 훨씬 자유롭게 잘 한다. 자아가 생기기 시작해서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이 잘 되지 않으면 소리지르면서 짜증낼 줄도 알게 되었다. 낯가림은 완전히 없어져서 최근 내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만날 때면 방긋 방긋 웃고, 오히려 사람이 많은 환경을 즐긴다. 이틀전 토요일에는 윤지네 가족이 놀러와서 거의 두살 형과 놀았고, 오늘은 영경이가 놀러와서 거의 세살 형과 놀았다. 형들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고, 이모들도 너무 좋아했다. 어린이집 가면 예쁨 받겠네, 우리 이안이. 아 참, 오전에는 독감 2차 예방접종을 했는데, 아니!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아주 늠름하게 나한테 안겨서 입 속, 귓 속, 청진기 진찰을 하더니, 주사바늘이 들어가도 말똥말똥 미동도 없이 잘 맞았다. 뒤에서 바라보는 우리 이안이의 모습이 너무나 듬직하고 멋있었다. 최고야 우리 이안이!


2025-04-18 (D+276days)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에 갔다. 오랜만에 고깃집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은 꿀맛이었다. 웃고 떠드는 와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안이가 마루에서 기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피가 많이 나. 너무 많이 나."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뭐? 피가 난다고?" 소리 질렀다. 사진을 보니 정말 입주변에서 피가 철철 나 있었고, 두 눈엔 닭똥같은 눈물이 한방울씩 흘러 맺혀있었다. 친구들에게 대충 인사하고 황급히 집으로 출발했다. 왜 하필 엄마가 없을 때 다쳤지? 도대체 정확히 어디를 다친거지? 남편이 보내준 사진 속 닭똥같은 눈물 두 방울의 잔상은 자꾸만 나를 펑펑 울고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눈물을 삼키고 머리를 굴렸다. '약속 장소에서 집까지 30분 내로 갈 수 있고, 그 사이 병원을 알아낼 수 있다.' 남편에게는 손수건으로 조심히 피를 톡톡 닦아보라고 했고, 다행히 지혈된 상태라고 했다. 동네에 24시간 하는 소아과에 전화하니 외상진료는 보지 않는다고 하고, 119에 문의하라고 했다. 119에 전화해서 기다리던 5분정도의 시간은 정말 길었다. 상담사는 피가 어디서 나느냐에 따라 진료과가 달라지니 그것부터 파악하라고 하고, 관련된 진료과별 병원 리스트와 연락처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남편과 정확한 상처부위를 살펴보았고, 잇몸이 찢어졌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여러 대학병원 응급실들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면 조치가 어렵다고 했는데, 다행히 치과 응급실이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와보라고 하셨다. 간단한 소독, 상처부위 사진촬영을 진행했고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닐테니 불안하면 내일 소아치과에 한번 더 가보면 될거라고 하셨다. 친절한 인턴선생님과 원무과 직원 덕분에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너무나 놀라고 걱정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참 다행이고, 감사함을 많이 느낀 하루였다. 아이를 키우면 엄마는 머리 뒤에도 눈이 달려있어야 한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올랐다.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신 바짝 차리고 언제나 너를 지켜줄게. 아프지말고, 다치지 마, 우리 아들.


2025-04-19 (D+277days)

소아치과에서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심지어 엑스레이까지 찍어보았다. 이 시기에 엑스레이를 찍어본 아기가 몇이나 될까! 엑스레이 사진 속 이안이의 덜 올라온 유치와 영구치가 보였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쏙 올라와주길 바라.


2025-04-26 (D+284days)

드디어 동물원에 다녀왔다. 최근 단어를 알려주기 위해 동물 사운드북도 주문하고, 낱말카드도 주문했다. 촉감놀이도 열심히 하면서 오이, 토마토, 두부, 국수 같은 먹거리 명칭도 알려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중에서도 동물이 가장 의성어와 함께 가르치기 편해서 동물 중심으로 알려주는 중인데 조금씩 반응을 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조만간 동물원에 꼭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공동육아 하기로 한 언니와의 약속이 파토나면서 이참에 남편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 날씨가 정말 쾌청하고, 겹벚꽃, 들꽃, 푸르른 나무까지 완벽했다. 물개, 물범, 코끼리, 캥거루, 포니, 얼룩말, 원숭이 등을 보았다. 특히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물개, 물범, 코끼리, 포니, 원숭이를 이안이가 제법 집중해서 봤다. 6개월 쯔음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보다 또 다르게 훨씬 열심히 보는 것 같아 정말 뿌듯했다. 동물원에 다녀와서 꽤나 행복했었는지, 밤에 잘 때 꺄르르 웃다가 잠들더라. 엄마를 꼭 안아주기도하고 마치 뽀뽀하듯 내 얼굴에 입술을 살짝 포개기도 하고, 그러다 잠이 드는데 정말로 행복했다. 앞으로도 자주 놀러다니자.


2025-04-27 (D+285days)

요즘 그래도 열심히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CFA 취득을 위해 거의 매일 인강을 듣고있다. 얼마 전 나만의 셀프 브랜딩과 커리어 목표, 계획 설정해 둔 것을 반드시 지키리. 그리고 이안이에게 삶의 이정표 같은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든 마음 먹고 진심을 다 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것, 인생은 스스로 설계하는대로 흘러간다는 것. 이것이 내가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삶에 대한 태도이며, 물려받은 가장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이안이에게 이를 그대로 물려줘야지. 이렇게 일기를 쓰며 다시 한번, 남은 시간 더 열심히 흔들리지말고 공부해야겠음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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