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12 - 너의 12월

태어난지 138~168일 차

by 행복한 호프맘

2024-12-02 (+139days)

게을러져서 너무나 오랜만에 쓰는 성장일기.

요며칠 새벽에 잠을 잘 못잔다. 토요일 밤에는 새벽1시 - 4시 - 7시 3시간간격으로 강성울음을 터뜨리며 깨어있어서 새벽수유까지 부활했다.일요일 밤부터도 똑같이 깨서 자주 울었지만 다행히 되집어주면 울음그치고 바로 잠든다. 4개월에 잠퇴행이 오고, 그 과도기를 거쳐 더 깊이 잠드는 능력이 생긴다는데 그런걸까? 침도 엄청 흘려서 이앓이일까 싶기도. 낮에 한시간 겨우 자고 깨서 슬퍼하는 마음으로 이안이 옆에 마주보고 누웠는데... 이안이가 너무너무 예쁘게 소리내서 꺄르르 웃어줬다. 금방 깼다고 아쉬워한 마음이 미안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 소중해서 혼자 찔끔 눈물이 나오고 너무 행복했다. 요즘 잠은 잘 못자지만 정말 잘 웃어준다.


2024-12-03 (+140days)

4개월 예방접종하고 왔다. 새로 다니는 소아과가 훨씬 낫다. 대기는 물론 오늘도 어마어마 했지만, 시설도 더 좋고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 모두 더 친절하다.

요즘 어른이 먹는 것에 관심이 매우 많다. 엄마아빠 오셔서 칼국수 끓이는거 보더니 좋아하고, 샤인머스켓에는 입에 갖다대니 혀도 내밀었다.

4시간 수유텀 만들기를 오늘부터 본격 시작했다. 3시간 지나고 엉엉 울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오늘 하루 내내 4시간 꼭 지키고 일주일 사이 4시간텀으로 바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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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141days)

2024년도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현 시대에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늦은 시간 뉴스에서는 무장하고 의회 창문을 부수는 군인들이 나오고 있었으며, 여의도 가는 방면인 우리 집 근처에서는 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역사 속에서 배웠던 계엄령이 나와 이안이의 세대에 벌어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새벽이 되도록 잠을 잘 수 없었으며,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뉴스를 봤다. 그냥 잠들 수는 없는 밤이었다.

이안이에게 더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를 물려주기 위해, 앞으로는 정치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겠으며, 이안이가 역사 공부를 소홀히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이번 사태는 분명히 법으로, 민주주의로 처벌 받아야한다.


2024-12-13 (+150days)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와 주었다. 금요일인데다가 동생까지 와주니 정말 행복했다. 혼자 육아하다가 이렇게 친한 친구나 가족이 놀러와주면 덜 외롭고 훨씬 즐겁다. 같이 좋아하는 집 앞 스시 집에서 스시 세트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하고, 붕어빵도 먹었다. 생각해보면 내게 이런 동생이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안이에게도 동생이 있다면 정말 좋을테지만, 지금으로써는 또 다시 임신하고 출산하는 그 과정을 겪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아무쪼록 동생과 함께 보낸 오늘 하루가 정말 행복했다.


2024-12-17 (+154days)

친정에 이안이를 맡겨두고 남편과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정말 설레고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일요일 밤부터 미리 친정에 와서 이안이 적응시키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적응해서 조금 더 있다 올걸 그랬나 싶다. 그렇지만 친정에 오니 내가 편하고 좋네. 필라테스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엄마 밥도 먹을 수 있고, 낮에 쉬고 싶을 때 쉴수도 있다. 정말 행복하다. 아빠와 평일 낮에 이안이 데리고 동네 카페에서 핫초코 마시면서 수다떠는 일상, 약속 다녀온 엄마랑 만나서 동네 산책하는 일상.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눈이 내리는 날이라 이안이에게 눈도 보여줄 겸 부모님과 밖으로 나왔는데, 유모차만 타면 잠드는 이안이는 오늘도 눈음 보지 못하고 잠들어있었다. 집 근처 필라테스도 등록했다. 정부 출산 지원금으로 결제 가능한 필라테스 샵이 있어 주 3회로 등록했다. 다시 건강하게 운동도 잘 해보자.


2024-12-20 (+157days)

부모님과 함께 판교 현대백화점에 갔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쁘게 되어있어서 이안이에게 보여줬다. 휘양찬란한 여러 장식들에 이안이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열심히 구경했다. 부모님과 함께 커다란 곰돌이 인형 앞에서 사진도 찍고 또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 행복했다. 같이 맛있는 비빔밥 정식도 먹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참 좋았다. 가지고 싶었던 부쉐론 목걸이도 회사 복지카드로 시원하게 결제했다.


2024-12-24 (+161days)

그사이 이안이는 부쩍 자라서 이제 혼자서도 잘 앉아있는다. 쑥쑥 자라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2024-12-25 (+162days)

크리스마스에 처음으로 하이체어에 앉았다. 매번 우리가 식탁에 앉아있을 때마다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는데, 정말 즐거워했다. 최근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결혼 이후 가장 크게 싸웠는데, 화해의 의미로 남편이 커다랗고 예쁜 꽃다발과 케이크를 사왔다. 나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또 화해해야지. 어쨋든 남편의 꽃과 케이크 덕분에 친정 가족과 다 같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더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2024-12-26 (+163days)

태어나서 처음으로 쌀미음을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잘 먹는 모습이 진짜 귀여웠다. 요즘 이유식 책을 두권 사서 엑셀에 나만의 이유식 식단표를 만들었다. 3일 간격으로 새로운 재료를 먹을 수 있게, 생후 6개월 이후에만 먹어야 하는 재료들은 180일 이후에 넣고, 고기와 야채를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다. 힘들어지면 시판을 먹이게 될 수도 있지만, 우선은 직접 만들어서 먹일 예정이다. 부디 잘 먹어주었으면 좋겠다.


2024-12-29 (+166days)

우주, 성현이와 함께 첫 키즈카페에 방문했다. 내 친구들과의 만남을 어려워하는 남편을 설득하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함께 가주어서 고마웠다. 키즈카페는 사실 이안이 또래가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한 두살 차이나는 형들과도 만나게 해보고 싶었고, 앞으로 내 친구들의 아들들과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갔다. 그리고 우리 이안이는 잘 적응했다. 낯가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너무 잘지냈다. 공동육아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시간도 잘 갔다.


2024-12-30 (+167days)

어제 밤부터 시름시름 아프더니 독감 판정을 받았다. 이안이와 가족들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는 있는데 걱정이다.

그래도 토핑 이유식도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다. 재료를 다듬고 삶아서 갈고 냉동시키면 되는 것이라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손은 꽤 많이 간다. 오트밀, 쌀미음, 시금치, 애호박, 청경채, 당근을 우선 만들어두었다. 스페인 여행 다녀와서 먹이기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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