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의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톨릭 수도원에서 10년을 살다가 나왔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를 하다가 수도원에 들어갔고, 10년을 살다가 지금은 나와서 다시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지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묻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0년을 허송세월을 보내고 돌아돌아 왔는데 그 시간이 아깝지 않냐고 말이죠. 그러면 저는 대답을 합니다. 정말로 1도 아깝지가 않았다고 말이죠. 남들 눈에는 당연히 버린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그 10년이 제게는 정말로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거든요.
물론 '의사'라는 커리어에 있어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던 의사 생활에 10년이라는 공백기가 생겼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전문의가 되어 개업을 하거나 요양병원 부원장을 하고 있는데 저는 정작 전문의를 따기위해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커리어를 쌓는데 시간낭비를 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저는 '저'입니다. 저라는 존재 자체가 의사는 아닐것이고, 제 인생의 목표가 의사도 아닌겁니다. 제 인생의 목표는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 했듯이 '행복한 내'가 되는 것이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수도원에서의 10년은 정말로 제 삶에 다양한 색깔을 더해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다른 이들과 함께 살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과 함께 하는 즐거움,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미술, 음악, 체육등 정말로 많은 분야에 발을 담가 보면서 취미부자의 기틀을 마련했죠.
이렇듯 다른 이들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제 10년은 사실 제 인생의 어떤 순간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물론 그 시간이 모두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어요. 부모님의 반대에 마음아파했고,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형제들과의 관계가 힘들 땐 실망하기도 했고요, 다른 이들 앞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처음할 때의 그 부담감이란.. 그 당시 하나하나의 순간을 끄집어 내자면 어디는 밝게 빛나지만 어딘가는 또 새까맣게 타버린 곳도 있죠. 하지만 그 다양한 색들이 모여 어우러지며 제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보여지는 것이죠. 단순하게 밝거나 단순하게 어두운 것이 아니라 어두운듯 하면서 밝고 밝은듯 하면서 어딘가 침착한, 아주 신비로운 색으로 말입니다.
또 하나 좋은 것이 있습니다. 저만의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이죠. 요즘 인스타나 유튜브에 자주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주로 불행했던 과거로 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예전 같으면 오타쿠라고 손가락질 받았을지 모를 코스프레 컨텐츠들까지 말이죠. 다시 말해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관심을 받는 시대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단도 인터넷을 통해 다양해 졌죠.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의 삶이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고 불행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남들이 걷지 않는 조금은 특별한 길이 지금은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길이더라도, 나중에 가서는 나를 다른 이들과 구별지어주는 악세사리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희소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한탄만 하며 숨길 생각만 하지 말고 이 길이 어떻게 이어질지 잘 봐두세요. 어떻게 나에게 불행을 안겨 주었지만, 나를 어떻게 성장 시켰고, 내 주변에는 누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 길이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를, 살면서 잠시 뒤를 돌아보며 정리해 보세요. 그렇게 내가 걸어갔던 길들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해주는 투박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야기들이 내가 가진 힘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순간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이전과 이 후에 이어져 나가는 삶의 흐름을 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하죠. 나의 삶이 다른 이들과 어떻게 다르게 흘러 갔는지를 생각해보고 정리를 하다 보면 그것이 훌륭한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것이 내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죠. 그러면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우리가 가슴을 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멋진 삶을 살게 되길 바라며 모두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