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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May 26. 2023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최근에 나름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연기학원을 다니고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보는 영상도 대부분이 뮤지컬 영상이 되었죠. 제가 아는 뮤지컬이 몇개 없긴 하지만 예전에 영화로 봤던 '시카고'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공연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영상은 남자배우가 여자배우를 무릎에 앉히고 복화술로 노래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남자배우는 변호사였는데 죄를 지은 여자배우가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기자회견 장에서 자기가 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여자배우가 이야기 하는 척 하면서 복화술로 상황을 조종하는 장면이었죠. 그 장면에서 '최재림'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반복해서 볼 수록 매력이 있었습니다. 일단 여자배우 대사를 대신할 때와 자신의 대사를 할 때 목소리가 확 바뀌게 연기하는 것도 대단했지만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표정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익살스럽게 어떨때는 느끼하게 어떨때는 교활하게 장면 하나였지만 거기서 너무나 다채롭게 표정을 쓰는 그 배우가 참 신기하면서 멋졌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물론 연기를 잘한다는 소프트웨어 적인 부분도 훌륭할 겁니다. 하지만 또 하나 생각한 것이 얼굴에 지방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죠. 우리가 모두 배 안에 복근을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유가 그 근육을 지방이 덮고 있기 때문에 그 윤곽을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똑같은 원리로 내가 같은 감정으로 표정을 지어도 표정을 짓는 근육들 위로 지방이 덮여있다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표정과 감정이 반감 될 수 밖에 없겠죠.



결국 연기라는 좋은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돌릴 수 있는 좋은 하드웨어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컴퓨터 사양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쓰임새가 반감되듯이 말이죠. 그래서 저도 다양한 감정을 표정으로 잘 드러내고 싶어서 체중감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기 좋은 외형은 덤이겠죠.



우리는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고, 더군다나 요즘은 스토리 텔링의 시대, 다양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큰 재산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아는 것일겁니다. 이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것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드웨어 일 겁니다. 아무리 좋은 표현의 기술을 가지더라도 얼굴의 지방이 표정을 가리듯, 나의 표현을 가리는 요소들이 있다면 간튼 표현을 해도 반감 되겠죠. 예를 들면 좋지 않은 발음이나 소심함으로 떨리는 목소리 등이 있을 겁니다.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책들과 영상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것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데 자신이 그다지 바뀌는 것 같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바뀌지 않는 다고 느낀다면 이젠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표현을 방해하는 지방들을 걷어내야 하는 것이죠. 한번 자신에게 어떤 것들이 그런 방해물로 작용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저는 사람들 앞에 서는 부끄러움이 저를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수도회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사람들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아지다보니 어쩔수 없이 부끄러움이 줄어들게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저를 표현하는 것이 쉬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발음 교정하려고 하루종일 볼펜을 물고 산 적도 있었죠.



그렇게 나의 표현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아보고 하나씩 하나씩 업그레이드 하다보면 어느샌가 '최재림'의 표정연기처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얼굴로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우리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두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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