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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Mar 01. 2023

자기PR 사용법

오늘 강화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야간운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량이 거의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시야가 너무 어두운 겁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상향등이라는 것이 차에 있었죠. 밤에 장거리 운전 할 일이 없으니 상향등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습니다. 가끔 여행을 가서 어두운 산길을 다른 차 없이 다니다 보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차선조차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상향등이죠. 멀리까지 빛을 세게 비추어주면서 시야를 넓게 밝혀 줍니다. 굉장히 유용하고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해요.



하지만 이 상향등을 다른 차가 켰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나 내 뒤를 따라 오는 차량이 상향등을 켜고 오게 된다면 소위 '눈뽕'을 맞게 되어 오히려 시야가 가려지죠. 눈이 너무 아프고 그 빛때문에 주변이 오히려 안보이게 됩니다. 짜증이 나죠. 상대 차량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제 시야가 가려지고 오히려 위험해 질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향등은 꼭 필요할 때, 그리고 주변의 상황을 잘 살핀 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자기자랑'이 이 상향등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자랑' 또는 자신을 말로 드러내는 것은 특히나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맞습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은 중요하고, 또 자존감을 높이는데도 필요하죠. 하지만 너무 시도때도 없이 한다면 오히려 남발하는 상향등 만큼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내게되어 사람들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될 겁니다. 인스타만 훓어봐도 반짝 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주눅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오프라인으로 느껴야 하니 말이죠.



상대가 상향등으로 자신의 길을 밝히면 제 시야는 어두워지고 제 길은 상대적으로 어두워 집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을 한다면 상대적으로 나는 뭔가 어두워지고 덜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죠. 그래서 너무 빛나는 사람은 동경의 대상, 존경받는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는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은 샘이 많아요. 누군가가 잘 된다면 처음엔 축하하지만 자꾸 질투가 나는건 어쩔 수 없거든요. 그래서 나를 멀리하게 되는 상황도 생기죠. 상향등은 맞은편에서 키고 달려오든 나와 같은 방향을 가는 차가 켜고 달려오든 짜증이 나기 마련입니다. '자기자랑' 또한 그렇죠. 나와 적대적인 사람이 '자기자랑'을 해댄다면 거부감은 심해 질 것이고, 나와 같은편인 동료가 '자기자랑'을 너무 해대도 조금씩 불편해 지니까 말이죠. 그러니 자기자랑은 알맞게 사용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너무 자기 PR 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의 길이 너무 어두컴컴한데 오늘의 제가 그랬듯 상향등을 켜지 않고 나아간다면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시야가 제한되어 두려움과 긴장이 몰려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럴 때는 자기PR이라는 상향등을 켜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여 나의 존재를 드러내면 자존감을 조금 더 올릴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내 앞길을 더 밝힐 수 있으니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듯 잘 쓰면 좋지만 잘못쓰면 독이 될 수 있는 자기자랑, 자기PR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것도 우리가 상향등을 켜듯이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항상 상향등을 켜지는 않잖아요? 평소에는 하향등을 켜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잠깐 사용 하는 것이 상향등이죠. 게다가 다른 차량들이 반대에서 오지 않는지, 내 앞에 차가 있지 않은지 상황을 살펴보면서말입니다. 평소에는 겸손한 모습을 유지하다가 필요한 순간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기 PR은 필요한 순간에 티 나지 않게 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놓고 하는 자랑은 반감을 유발하지만 평소 알려주지 않다가 한가지씩 흘리는 장점들은 주변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반감을 유발하는 자랑은 할수록 독이 되지만 호기심을 자극해서 그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며 흘러나오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감을 가지지 않거든요. 오히려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형상이니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자기PR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상향등'을 지혜롭게 사용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함께 나아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럼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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