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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한 호구 Mar 30. 2023

내 인생의 아토피

옛날엔 잘 볼 수 없었지만 요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병이 있습니다. 아토피라는 피부질환이죠. 아토피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 됩니다. 그럼 자가면역 질환은 뭘까요?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병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면역체계라는 군대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빨리 알아채서 공격을 해서 몸을 지켜내죠. 하지만 이 군대도 가끔 실수를 합니다. 피아식별을 잘 못할 때가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내 몸에 정상적으로 있는 세포를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라고 인식을 하고 공격을 하는 것입니다.



이럴땐 어떻게 치료를 할까요? 이 경우 외부에서 나를 공격하는 것 보다는 내가 나를 공격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치는 중이니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나의 면역력을 약화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균이 침입한다면 항생제 치료등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 말이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기반성'과 '죄책감'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있기에 나는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잘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질책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죄책감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할 마음을 그리고 다음부터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죠. 그것을 통해서 내가 미쳐 날뛰지 않게 진정시키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자기반성'과 '죄책감'이 너무 심해서 삶을 살아가기 어려워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기분나빠 하거나 화를 낼 때, 그리고 자신을 미워할 때 그 잘못을 온전히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는 경우가 그렇죠. 심지어는 그 사람이 실제로는 화가 나지 않았고, 별 생각이 없음에도 나 혼자 그 사람이 평소와 다르다며 온갖 소설을 쓰고는 죄책감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혼자 고민하다가 그 사람에게 기분나빴다면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죠. 그러면 정작 그 사람은 의아해 하며 '뭐가?'라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나 때문에 기분나쁜 적이 없었는데 나 혼자 소설을 쓰고 괴로워 하다가 사과를 한거죠. 이런 경우 참 우스워 집니다.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 라며 코웃음을 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 있습니다. 바로 저였거든요. 저는 수도원에서 긴가민가하면 먼저 나의 있는 죄 없는 죄를 꺼내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 사람한테 미움받기 싫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관계에 있어서 계속해서 내가 잘못한 것을 없는지 눈치를 보게 되고 항상 피곤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막 대해도 저는 미움받기 싫어서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나의 '자기반성'과 '죄책감'이 너무 과한 나머지 나를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한 면역체계가 나를 공격하는 아토피가 그렇듯이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토피 치료가 우리 몸의 면역을 억제 하는 것이라고 했죠? 과한 자기반성도 그렇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과 죄책감을 줄일 필요가 있죠.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나보다 위에 놓지 않는 겁니다. 이건 다른 사람을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일단 나를 중요하게 여겨주고 나를 제일로 사랑 하는 것이 1번입니다.



누군가가 나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을때, 내가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도 내 잘못은 아닌것 같을 때, "내 알바야~!!"를 외치고 고개를 돌려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 사람들에게 더 집중해 보죠. 그러다 보면 조금더 나 다운 모습을 되찾고 자존감을 되찾으면서 오히려 그 전에 관계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말기로 해요. 다른 사람을 배려 하는 것은 나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이 차 있을 때 가능한 겁니다. 나를 무시하면서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 밖에 안 되거든요. 그건 그저 내가 자진해서 빵셔틀이 되겠다고 하는 겁니다.



너무나 겸손한 그래서 인간관계가 힘든 우리,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나 자신을 바라보도록 하죠. 자기반성은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우쭈쭈'를 시전하며 조금은 자존감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내 알바냐~!!"를 외치며 자신을 사랑하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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