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지금 이렇게 힘든거지..?" 살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병원에 있다보면 환자분들에게 가끔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죄가 많아서 벌을 받는 거라 말하며 자신의 탓을 하기도 하죠. 환자분의 잘못과는 상관 없이 그냥 일어난 불행임에도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 유튜브 쇼츠에서 슬의생이 나오더라고요. 산부인과 교수가 세번째 유산을 한 산모에게 무덤덤하게 유산 되었다고 이야기 하며 약먹고 2주후에 보자고 이야기 합니다. 이에 산모는 눈물을 흘리면서 "교수님은 산모들을 많이 보셔서 이 정도 병은 병으로도 안 보이시죠?" 라고 묻자 의사는 말합니다. "유산이 왜 병이에요? 유산은 질병이 아닙니다. 당연히 산모 분이 뭘 잘못해서 그런것도 아니고요. 산모분들이 자신이 뭘 잘못했나, 뭘 조심해야 하나 물어들 보시는데.. 그런거 없어요. 그냥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라고..
우리는 어릴 적부터 권선징악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자랍니다. 우리의 전래 동화들을 보면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결말을 흔히 볼 수 있죠. 놀부가 그랬고, 팥쥐가 그랬고, 신데렐라의 계모가 그랬듯이요. 그래서 뭔가 나쁜일이 있으면 '죄'나 '잘못'과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에게 지금 다가온 힘든 문제들이 나의 죄나 잘못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럼 왜 자꾸 우리는 이렇게 생각을 할까요? 우리는 살면서 모든 일에 원인을 찾고자 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원인을 찾고 설명할 수 있기를 원하죠.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원인이 없이 다가오는 일들이 있죠.
우리는 그 문제들에서조차 원인을 찾고 싶어하니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찾다찾다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탓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문제가 생길 때 말하죠.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하다하다 전생의 죄까지 찾으려 하는 것이 우리입니다. 그러니 먼저 생각할 것은 문제가 생겼을 지언정 그것이 내 잘못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흔히 동화에서 권선징악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말입니다. 흥부도, 콩쥐도 신데렐라도 이야기 중반까지는 험한 삶을 살았어요.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흥부가, 콩쥐가, 신데렐라가 무슨 죄를 지어서 가난하고 어머니를 여읜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불행한 삶을 살았던 것은 그저 그런 환경이 주어졌던 것이지, 그들이 죄를 지어서는 아니었죠. 우리는 이야기 속 그들의 불행을 그들의 죄나 잘못과 연관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힘든 상황의 원인을 나의 죄나 잘못에서 찾고 있는 우리는, 지금이 나의 삶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현재는 '나'라는 이야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결말은 아닌거죠. 그럼 우리 생의 마지막이 그 결말이냐?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권선징악의 틀에 맞지 않는 죽음을 너무도 많이 봤으니까요. 그러니 우리 삶의 결말은 저 먼곳 어딘가로 미뤄두죠. 그러니까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있지도 않은 '전생의 죄'까지 캐내며 자신에게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기억하세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불행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불행의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을 했겠지..라고 자신의 탓을 하며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불행은 원인 없이 나에게 흘러들어온 것이고, 지금은 나와 상관 없이 찾아온 이 불행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에 집중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생의 마지막쯤 뒤를 돌아봤을 때 지금의 불행이 자신을 성장시킨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지금 많이 힘드신가요? 하나 여쭤볼께요. 그게 당신 잘못인가요..? 5초안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일어난 일'인 거에요. 그러니까 마음 아프더라도, 그 일의 원인을 찾고 싶더라도 그런건 없다는 것을 꼭 생각하길 바래요. 그냥 나에게 다가온 이 큰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더 몰두하며 밝은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