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결혼을 하면 우리 모두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특수한
환경으로 발을 디디게 된다.
개인마다 다른 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만나는 매일 생기는 새로움의
연속인 일들이 펼쳐진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에 물감이
흩뿌려지듯이 색깔이 입혀져
시작되는 것이다.
순백의 색으로 있으면 좋았을
도화지에 입혀지는 색들은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그날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처럼
그려내고 있다.
오늘은 따뜻하고 화려하고
예쁘게 내일은 차갑고 어둡고
엉망인 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에 집중하느라 색의 조합이
잘못된 걸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보인다는 게 문제가 된다.
빨리 발견하면 수정이라도 할 텐데
다 마르고 난 뒤에 수정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기에 그렇게 만든
색깔은 후회로 남기 일쑤이다.
처음 시작할 때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남편의 색깔은 세월이 지나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내가 그렸던 색깔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색을
발견할 때는 당혹감에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들
결혼 생활의 깊이만큼 알다가
모를 일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입혀온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제는 바꿀 수가 없다.
받아들이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쉼 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뿐.
안다고 했던 색깔들은 하늘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구름만큼
다양하게 매일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