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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May 11. 2024

우리가 행복하게

너무나도 늦은 새벽, 괴롭고 무서운 생각은 왜 항상 이때쯤 찾아오는 건지, 후회가 항상 늦게 찾아오듯 고민 역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찾아온다.

한 달 만에 온 본가는 역시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내 지난 시간을 모두 간직한 듯 제자리에 있다. 부모님의 얼굴 또한 하나 변한 것 없어 보이는데, 왜 시간만이 이렇게 나를 앞질러 나가는 걸까. 벌써 스물세 살이 된 나와 오십을 넘긴 부모님의 나이.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 같이 여행이라도 가야 하는데, 한 살이라도 더 빨리 떳떳한 자식이 되고 싶은데, 성공은 시간과 같이 항상 나를 앞질러 손에 잡히질 않는다.

왜 내 다짐은 항상 후회보다 늦게 오는 걸까. 내일은 또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 실패에 익숙해진 나는 노력하기보다 후회를 쌓는 게 편할 테니까. 내일은 더 노력해야지, 시간을 더 알차게 써야겠지, 지키지 못할 다짐만이 노력 위로 쌓여간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가진 건 이것뿐인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 조금이라도 떳떳해질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겁쟁이에 공황까지 떠안은 나를 걱정하던 부모님께 언제쯤이면 난 떳떳해질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성공해서 조금이라도 더 긴 행복을 주고 싶은데. 난 아직도 이렇게나 한심하다.

만약 수천 번의 다짐 끝에 하나만이 이루어진다면, 제발 오늘의 다짐이 이루어지길.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길. 오늘도 이 새벽의 하늘을 올려보며 또 하나의 다짐을 되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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