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데 새벽 공기는 아직 쌀쌀하다. 벚꽃이 피고 지고 웃는 사람들로 메워진 대학로에서 혼자서만 병신처럼 숨을 헐떡였다. 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걸까. 고깃집에서 술병을 드는 사람들의 눈동자 속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서, 그깟 돈 몇 푼 벌겠다고 행복해질 생각을 미루는 내가 너무 못나서, 알바를 때려치우고 글을 쓰려니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잔고에 벌벌 떠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내 능력이 모자라서, 성공하겠다고 시작한 일들 때문에 되려 실패할 것만 같은 인생이 불안해서, 우울감이 몰려와서 잠 못 이루는 새벽의 공기가 너무나 차가워서, 그냥 그래서,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도 결국 내가 잘못돼서 그렇단 걸 나도 알아서, 그래서 공황장애는 또 날 깨우나보다. 반쯤 나간 정신을 붙들고 새벽을 적는다. 결국 돈 한 푼 받지 못할 일이란 걸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돈을 벌기보다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리겠다 결심한 바보 같은 나지만, 난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살아보자고 돈을 버는 게 아닌, 살아보자고 글을 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혐오하고 모든 시선들이 나를 향해 있단 생각이 들어도, 그 사람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가 아니라, 글을 쓰는 나는, 결국 글 속에서만 살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이 새벽에, 살기 위한 글을 적는다. 참 웃기는 일이다. 두 달 전, 막 전역했던 난 내가 분명 뭘 해도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그게 겨우 두 달 전인데, 난 뭘 해도 행복할 줄을 모른다니. 언제쯤 돼야 나도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글로 돈을 벌 수 있으면, 난 행복해질까. 공황 장애나 우울증을 겪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삶을 살면, 난 행복해질까. 아마 아니겠지. 나로부터 시작된 갈증을 채울 수 있는 건 나로부터 오는 것일테니까. 이딴 삶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채워질 갈증이 아닐테니까. 난 욕심이 많은 아이였으니까. 이 새벽에도, 어딘가에선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 때 쯤이면, 그 때 쯤이면 좀 괜찮아질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아직 어린 나는 시들어가는 꽃에 눈물을 흘릴 뿐이다. 떨어지는 꽃잎처럼 흔들리던 눈동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