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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Feb 09. 2024

그럼에도 새는 날아온 길을 잊는 법이 없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인의 시이자 산문 책의 제목이자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된 문장이다. 새처럼 날고 싶었지만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여 발이 묶여 있던 내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문장. 그 문장처럼,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난 현재에 충만한 사람이었다.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올바르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퍽 좋았다. 하지만, 아마 나에겐 뒤를 돌아보며 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린 끝에, 막상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었다. '나는 뭘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거지?' 의미 없는 물음이 내 머릿속에 울렸다. 아마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고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의미 없는 물음이라며 무시하는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의미 없는 물음 하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울 만큼 반복해서 울렸다. 난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온 결과, 과거에 꿈꿨던 내 모습에, 내 어릴 적 꿈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내 꿈을 찾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에 와서, 현재에 충실하여 과거의 꿈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는 날아온 길을 잊는 법이 없다. 새에게 날아온 길이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이며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둥지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않는 이 시대의 모든 20대들에게 자신의 둥지를 찾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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