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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un 24. 2024

책을 내기로 했다

‘나는 세상 밖의 점이었다’ 브런치북 연재를 마친 지 이주가 지났다. 처음 글을 쓸 때는 큰 결심을 하고 쓴 게 아니었다. 그저 내 얘기를 끝까지 써보는 걸 목표로 시작했다. 노트북 앞에서 타자를 두드리던 시간은 행복했다. 쓰고 싶은 얘기는 많았고 그걸 글로 옮기는 과정은 마치 평생을 길러온 작물을 재배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점점 이야기는 엮어져 책이 되었고 나는 내가 쓴 글이 그저 아름답게 보였다.


4개월의 연재가 끝이 나고 보람을 느낀 것도 잠시, 나는 또 같은 불안에 빠졌다. ‘이제는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 뭐든 붙잡고 있어야 하는 천성은 또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책을 한 권 썼으니 이제는 책을 내자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쓴 책이 원고로 쓰기에는 분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단 걸 알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번에도 너무나 급했다.


그렇게 이주를 보냈다. 뭘 해도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을 다시 느끼며, 또다시 나는 다짐만을 반복했다. 변했다 생각했는데, 나는 변하지 못했던 걸까.


그렇게 무기력함을 맛볼 때쯤 다시 내 글을 처음부터 읽어봤다. 그 안엔 똑같은 불안에 빠진 나와 그걸 극복한 내가 있었다. 그래, 난 여전했다. 난 여전히 무너지고 나서야 다시 한 발을 뻗는다. 그리고 그게 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제 다시 한 발을 뻗어야지.


출간기획서를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책을 소개하며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의 방향을 다시 한번 잡게 됐다. 내겐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남은 건 늘 해왔던 대로 하면 되겠지. 다시 반발짝을 뻗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되겠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3년,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내 인생의 목표는 오직 하나니까. 점에 닿을 날까지 내겐 시간이 많으니까.


언젠간 이 책이 당당히 세상 밖에 나오리라 나는 믿는다. 그렇게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테니까. 한 발짝을 내디딘 아이는 천천히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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