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난 인간이 되진 못한다. 매일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후회에 빠져 사는 걸 보면 되려 못난 인간에 가깝겠지. 내 글은 그런 내 감정의 집합이자 생각의 총합. 내 글을 보고 뭔가를 배워가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난 그저 쓸 뿐이다. 이건 혼잣말을 적는 일종의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 내 혼잣말에 돈이나 가치가 달리길 원하는 것 자체가 욕심인 걸지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깨달았다. 작가란 건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은 모르고 살았다. 사람들은 뭔가를 원해서 책을 읽는다. 그건 재미가 될 수도 배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책을 찾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건 그저 책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닐까.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잘 팔리는 에세이는 가르치기 위한 글이다.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고 교훈을 주기 위한 책. 사람들은 그런 책을 좋아하는 듯하다. 잘 정리되고 쉽게 읽혀서 책을 따라가기만 해도 배울 점이 많은, 그런 책이 이상적이다. 혹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을만한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고 모든 사람이 그 책을 읽으며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그런 책 또한 이상적이다. 내 글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정제되지 않아서 난잡하다고도 할 수 있는 글. 쉽게 공감하기엔 감정 묘사가 너무 극적인 글. 난 나를 위한 글을 썼던 걸까.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란 게 뭘까. 그런 게 따로 있는 걸까. 난 누굴 가르치는 글을 쓸 정도로 잘난 인간이 되진 못하는데. 난 남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인간도 되지 못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