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 Jul 03. 2024

당신의 하루가 행복한 이유

또다시 우울에 빠지는 하루. 언제나 어두운 생각들에 빠져 멀쩡히 살아가지 못하는 나날들. 그런 하루를 보낼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언젠가 그런 제목의 책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신의 하루가 불행한 이유' 같은 제목의 책을. 그런 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난 내가 꿈 때문에 불행한 거란 생각을 했었다. 꿈을 놓는다고 행복해질 수도 없는 내가, 꿈을 잊을 수도 없는 내가 불행하다 생각했었다.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20대의 어느 누구처럼 욕망에 충실한 일상을 보내도 나는 항상 텅 빈 하루를 산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그건 내게 당연한 게 됐다.


내가 불행한 이유를 수집했다. 불행한 이유가 사라져도 행복해지지 않는단 걸 알았다. 노력하지 않는 내가 싫어서 노력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난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 걸까. 난 어떨 때 행복해지는 걸까.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을 느끼는 일이 적어진 요즘, 더는 사소한 행복을 느끼기 힘들어졌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보석함에 보석을 수집하듯 편지 위에 살포시 옮겨 적던 게 행복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떠오르는 문장들을 메모장에 옮겨 모아 천천히 읽어보며 행복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행복조차 옛 기억이 돼 버렸다. 사소한 행복을 모으란 평범한 말이 이젠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행복해지는 일은 결국 이것뿐이기에. 글을 쓴다는 건 불행을 더듬으며 행복을 찾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게 몹시 아픈 날도 있지만, 가끔 완성된 글을 보며 하루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이 있다. 그게 내 하루가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뿐인 이유가 됐다.


작가가 꿈이 된 이유도 결국 글을 써야만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인 걸까. 난 내가 꿈 때문에 불행한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꿈이란 건 행복을 위한 목적일 뿐이었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설레는 일, 가슴 깊이 감동하게 되는 일, 그게 내 꿈이었다. 불행을 적고 행복을 꿈꾼다. 그게 오늘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겠지.

작가의 이전글 가르치지 않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