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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Aug 08. 2024

난 곳을 알고 돌아가는 연어처럼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행복을 계획할 땐 늘 바랐던 행복보다 더 큰 불행이 다가오곤 한다. 날 행복하게 하던 모든 게 아픔으로 돌아설 때면 난 어김없이 내가 쓰는 글 속으로 숨는다.


편하고 행복한 관계란 건 결국 무너지기 쉬운 관계를 뜻하는 거였을까. 무엇에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아픔을 겪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난 또다시 몇 번이고 반복된 아픔 속에 갇혔다. 사랑 없이 시작된 관계는 다른 사랑 앞에서 끝이 나는 게 당연한 거겠지. 당연한단 걸 알면서도 아픔은 당연해지지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것에 싫증이 났다. 내가 잘나서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누구보다 못났기 때문에 관계를 두려워했단 걸 왜 몰랐을까. 깨달음은 항상 아픔보다 걸음이 늦다. 생각에 갇힌 나, 적막 속의 심장 박동, 찾아오는 공황, 이 모든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이 방이 유난히 좁게 느껴진다. 외로움은 나눌 수 없기에 외로움인 걸까. 나면서부터 가졌던 외로움을 혼자서 감당할 순 없는 걸까. 난 다시 혼자가 됐다. 언제나 그렇듯 내 품은 누군갈 안기엔 너무나 좁았다. 이번엔 다를 거란 생각에 새로운 빛을 쫓다 보면 결국 그 빛은 달빛이 아닌 전등이라는 걸 깨닫는다. 끝이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관 달리 전등에 부딪히는 순간은 몹시도 빨리 찾아온다. 이 길의 마지막에 난 불나방이 되어 한 줌의 재가 되는 걸까.


결국 다시 시작점. 그 모든 세월을 보내고 혼자로 돌아온 지금 다시금 타자를 두드린다. 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걸지도. 연어는 알까,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올라 다다르는 곳이 결국 자신의 시작점이란 것을. 연어는 알겠지. 자신을 남기기 위해 강을 거스르는 연어들은 그 시작을 알겠지.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걸음이 느린 깨달음을 적으며 오늘도 나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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