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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ul 15. 2024

아픔 속에서 웃는 사람들

청년다방 알바생의 하루

해가 질 즈음의 저녁 무렵,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가게를 찾는 사람들 속에서 내 알바는 시작된다. 떡볶이와 커피를 파는 대학로의 가게지만 생각보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십 대의 아이들부터 흰머리의 어르신들까지, 나잇대부터 생김새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중에서 오늘 소개할 손님들은 주로 사람이 없는 늦은 밤, 마감 직전의 가게에 들어오시곤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청년다방은 친근한 느낌의 프랜차이즈 식당이어서 그런지 몸이 불편한 분들이 종종 찾아오곤 한다. 그런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늘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당황함을 마음속에 눌러 담고 태연한 미소를 짓곤 한다. 그날 들어온 손님은 휠체어를 탄 여자와 익숙하게 휠체어를 끌어주는 남자였다.


그때의 난 휠체어를 탄 손님을 처음 본 지라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자리는 어떤 자리를 드려야 할지, 의자는 빼드려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한 나를 먼저 눈치채고 괜찮다며 웃어주던 그들의 배려에 난 꽤나 머쓱해졌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다정히 말을 나누는 그들이 애틋한 신혼부부이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점잖은 느낌의 두 사람은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은 듯 서로에게만 들릴 듯한 목소리로 웃음 가득한 얘기를 나눴다. 나갈 때의 공손하고 밝은 인사가, 휠체어 받침대로 휠체어가 덜컹거리지 않게 조심하던 남자의 모습이, 들어온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쭉 미소 짓던 두 사람이 너무 아름답게만 보여서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결국 그들은 부부가 맞았을까.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던 여성 분은 어디가 불편하셨던 걸까. 만난 지는 얼마나 됐을까, 어떻게 알게 됐을까. 이런 의문들이 실례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그 속의 사연들이 궁금해지곤 한다. 오늘 4500원짜리 감자튀김을 포장해 간 지적장애를 가진 남자와 그의 어머니는 어떤 사연을 갖고 있었을까.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 속엔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났지만, 그럼에도 감자튀김 하나를 들고 가게를 나서는 그들의 뒷모습엔 얼핏 웃음이 보였다.


이런 손님들은 항상 사람이 없는 늦은 밤에야 가게를 찾아오신다. 그게 왠지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조용한 가게에서 음식 하나에 웃음을 머금는 그들의 모습이 행복을 전해주는 요정같이 느껴져서 괜히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 속의 사연 하나하나가 궁금하지만, 요정의 속 얘기를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거겠지.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 행복을 나눠 받아 잠시나마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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