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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

by 아이

흐드러지게 만발할 어느 하루를 그려 보았지. 나는 한 발을 내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음에 결코 깨닫지 못했던 거야. 이 스러져가는 하루를 넘기면 내일은 오늘이 될 뿐일 터 더 덧없이 하루를 살고 있자 하니 숨이 쉬어짐조차 느껴지지 않아. 차라리 한 없이 추락할 수 있다면 날아드는 새의 편린이라도 느낄 수 있을 텐데. 결국 돌아 돌아옴에 좌절이 겹치어.


어느 하루를 기점으로 삼아 살점을 잃어 갔던 일을 기억한다. 거듭된 패배가 쌓여 비친 나는 이미 패배자가 되어 있었으니 스스로를 잃어 마땅하다 여기었지. 무릇 삶엔 응당 성취가 따라야 한다고 그것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함이라 여겼던 나는 인간의 실마리조차 내게서 찾지 못했다.


일 년이란 세월을 허비하고 있을까 한켠으로 불안을 일삼으며 무엇이든 해낼 거란 믿음은 뭐라도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으로 바뀌었으니 일 년 채 아닌 이십 사 년을 고스라이 비운 채 왔단 사실을 문득 깨달음에 삶은 이토록 부질이 없다. 허무주의는 현대인의 사고 그 자체인 것을 어찌 나는 그 속에서도 멀쩡히 살아가지 못하는 것인지. 희망의 부재를 허무주의라 부른다면 내 부재는 현실이었다. 내겐 삶이 결핍되어 있었다.


하늘을 치켜 보며 추락하다. 이토록 작은 알의 껍데기조차 깨지 못한 게 현실이니 하늘을 바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패배에 익숙해져 버린 나태함에 어느 날까지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소망이라 일컫지 못할 갈망조차 사라졌다. 연소 없이 이루어진 소각.


이유 없는 목적만이 남은 그곳에서 바램 없이 바라는 것을 소망이라 부를 수 있길. 나는 그저 숨을 쉬고 싶었다. 살고 싶지 않음에 숨만큼은 쉬고 싶었다. 그렇게 한숨을 들이쉬었지만 뱉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아름하게 질 게로 향하였을 뿐이었다. 애벌레가 된 번데기를 용서하길. 바램을 빌어 바라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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