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러진 방을 치우는 데 애를 먹는 요즘이다. 눈을 감는 시간이 두 시간을 넘질 못하고 잠에서 깨어나곤 정신을 꺼내놓으니 육신은 떨림에 숨이 몰아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과에 갈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이십사 년을 썩어 간 몸뚱이로 돈 한 푼 벌지 못하니 뇌를 위해 돈을 쓰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애초에 난 이런 놈이었나. 한계 이상으로 비대해진 망상에 다시 뇌를 게워낸다.
심박수가 높아짐에 떨려오는 손을 꽉 쥐고 종잇장이 되어 버린 마음에 떨림을 옮겨 적는다. 그냥 그렇다. 이렇다 할 얘기도 없이 까닭 없는 공허함엔 누군가의 위로 혹은 공감 따위도 바라지 못한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실패만을 반복해 온 삶에 성공이란 걸 해본 적이 있기는 했던 걸까. 어쩌면 나 같은 게 행복을 꿈꾼 게 잘못이었을지 모른단 생각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나는 그저 실패자가 될 뿐이지 않은가.
타고난 천성이 이렇거니 나는 영 내가 못난 놈임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빼어나다 생각한 지점이 당신들에겐 모난 곳처럼 보였을까. 나를 밝은 사람이라 칭해주던 당신들에게 고개를 들기가 점차 버거워지곤 한다. 사실 사람이란 것에 덴 적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나는 으레 겁이 난다. 두렵다. 무섭다. 반복되는 불안 증세가 다른 누군가의 탓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 겁이 난다.
도망치고 싶었다.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도망이라도 쳐야 할 것만 같았다. 나는 여전히 무엇도 할 수 없다. 대학에 다니고, 일상처럼 사람을 만나고, 웃고, 떠들고,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들 뒤에 혼자 남으면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몇 시간을 홀로 벌벌 떨며 서성거리고 지나치고 자책하고 쥐어뜯고 나면 다시 아무 일 없다는 양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만나는 반복 속에서 나는 지나치게 무력하다. 대체 뭐가 문제냐 묻는 사람들의 앞에서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세속적이게도 아픔은 죄가 되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