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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월란 Apr 17. 2022

유럽이 바라보는 아시아

세계 각국에서 온 농대생들은 아시아의 농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는'


Alternative Agriculture는 농업을 과학기술에서 벗어나 환경과 사회학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수업이다. 전 세계의 농업 특징을 알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농업 생산량을 향상하는 방향에 대해 다룬다. 개강 첫 주 동안 세계의 다양한 농업의 형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유럽과 달리'였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말에서도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하나의 국가처럼 일반화가 이루어져 있다. '유럽과 달리'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유럽과 달리 그들은 첨단 농업 기술을 적용할 기술력과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유럽과 달리 그들은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 


이 특징들은 '그들'의 특징이 아니라 경제적 수준이 낮은 나라에 대한 특징이 아닌가? 물론 평균적인 경제적 수준을 보자면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유럽과 북미에 비해 약할 수 있으나 너무도 많은 것이 생략되었다.


아시아 통계를 보자면 일본과 중국이 별도로 표기되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을 아시아 통계에 넣어버리기엔 통계의 평균값 의미를 없애버리기 때문인 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인식에서 일본과 중국은 '탈아시아'인 거다. 부유하면 아시아가 아닌 것인가? 기후별 농업 사진을 모아놓은 자료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은 깔끔한 올리브나무 밭에 농기계가 있고, 아시아는 물이 가득 담긴 논에 농부가 서 있다. 시간이 흘러 시대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서구 우월 사상의 이미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무의식적으로 제작한 자료와 내뱉은 말들로 그 사상 속에 여전히 맴도는 것이다. 


유럽 학생들이 항상 아시아를 하나의 개발도상국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그리고 우습게도 대화 주제가 바뀌면 얼토당토않던 분류 체계는 바뀐다. 신재생 에너지 수업을 듣는 한국인 친구의 자료를 보면 아시아 통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별도로 표기된다. 이를 보면 농업의 세계에서 한국의 입지가 어떤지 알 수 있다. 한국의 농업은 여전히 저 어딘가에 있나 보다. 국제적인 한국 농업 입지를 따지기도 전에 국내에서의 농업 입지 자체가 약하다. 아, 한국 농대생인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한 달째 수업을 듣고 느낀 점은 일반화의 무서움이다. 우리는 주변의 나라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 하지만 일반화하여 바라보기에는 서로 너무도 다른, 각 문화권만의 소중한 특징이 있다. 그동안 나의 생각과 언행은 어땠는가?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문화권을 하나로 묶어 일반화하지 않았는가? 그들만의 소중한 특색을 그저 '대륙'으로 묶어서 섞어버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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