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엄청 어려운,..
컨텐츠를 만들다 보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내 계정에서 어떤 게 반응이 좋은지.
가끔씩은 주제가 생각나 컨텐츠를 만들면서도 아-이거 반응이 좋겠다 하는 게 있고 대부분 예상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물론 잘 되겠지? 했는데 안 됐던 것들도 수두룩하지만.)
하지만 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것 '만' 계속 해서 만드는 것에 회의적인 편이다.
그렇게 만들면 물론 팔로워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게 과연 밀도가 있는 것일까? 하고.
선택적인 것 말고 정말 내 컨텐츠의 색깔과 취향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모여야 내 결과물이
의미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이리 어려운 거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끼며.
사실 뚝심있게 내가 본래 하려고 했던 방향으로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건데,
내가 좋아하는 거 쭉- 하는 건 어렵지 않은 건데도
확실히 내 컨텐츠는 사람들이 '소비'해줘야 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에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팔로워가 잘 오르다가도 갑자기 주춤하는 것 같으면 알고리즘을 탓하기도 하고 괜시리
마음이 급해져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만 찾기에 급급한 나를 마주칠 수 있었다.
이렇게 가다 보면 팔로워 수는 둘째 치고 내 계정의 정체성이 흐릿해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의욕이 뚝 떨어져 모든 걸 놓고 싶어진 순간도 수두룩하고.
좋은 영감을 받기 위해 다른 매거진 계정들도 자주 둘러보곤 하는데, 잘 하는 계정들은 정말 너무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매거진 시장의 선두주자 라고 여겨지는 매거진이 하나가 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eyesmags나 fastpapermag 같은 계정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일찍 시작해
팬층이 탄탄하고 감각도 좋아 인기가 많은 계정을 난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 계정을 많이 참고해
도움을 받기도 했고. 그런데 그 매거진이 이번에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단 게시물과 함께 게시물의
게재 빈도가 조금씩 줄어들었고 난 이제 좀 더 큰 물로 나가 노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온 그 계정은 매거진의 이름을 아예 바꾸고 나타났다.
물론 계정은 그대로 존재했지만 매거진의 이름도 바꿨고 무엇보다 계정의 게시물이 추구하던 색깔과
확연히 달랐다. 이미지로 주로 소비되던 매거진에서 정말 활자매거진처럼.
그리고 좀 더 사회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곁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는데, 나도 처음엔 당황했다.
예전의 보는 맛이 좀 달라졌는데,.. 하고.
역시나 들어갈 때마다 그 매거진의 팔로워 수는 빠르게 줄고 있었다.
내 매거진 계정이 아닌데도 보는 내가 걱정될 만큼.
그래서 난 조만간 아 이게 아니었구나 하며 원래의 색깔을 다시 보강하는 식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나 했는데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꾸준히, 그리고 좀 더 많이 그 매거진은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행보는 매우 뚝심있어 보였다.
그 우직함이 난 매우 멋있어 보였다. 내가 닮고 싶은 그런 거였는데.
나도 나 나름대로 오로지 트렌드만 쫓아가려는 매거진은 되려고 하지 않았지만 요즘 그 결심을 지키기로 한
내 결정에 흔들리고 있던 찰나 난 그 매거진의 우직함에 한번 더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매거진은 다시 팔로워 수가 오르고 있다.
하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다시 도전할 용기, 그리고 초기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그 변화의
방향을 추구하는 확신있어보이는 뚝심은 기존 팔로워들은 빠져나갔을지 몰라도 그 색깔을 좋아하는 새로운
팔로워를 불러모으고 있었다.
요즘같이 하도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 멋있는 것이 넘쳐나는 이 세계, 이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밀고 나가는 이 매거진이 개인적으로 난 참 멋있다. 그리고,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다시 한번 결심한다. 꾸준히 우직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