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니친니: 안나마덕련나 |해중문

짝사랑을 간직하는 방법

by 글너머

레몬같이 상큼한 영화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영화 친니친니.

사실 아주 유명한 영화들 빼고는 중국/대만/홍콩 영화쪽은 그렇게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보지 않았는데

영화 편식은 안되지! 하며 러닝타임도 그렇게 길지 않겠다 하고 가볍게 고른 영화.

조용하고 차분한 피아노 조율사 진가후(금성무)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피아노를 조율한 집에서 막 애인을 떠나고 나온 남자를 집에서 묵게 해준다. <오렌지 상자의 사랑>이라는 소설을 쓰겠다는 의욕만 가득한 유목인(곽부성)은 돈도 없고 냄새나지만 넉살 좋고 왠지 모르게 여자들이 그에게 매달린다.

(그런데 정말 살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 왠지 모를 인간적 매력이 있는)

알게모르게 시작된 두 남자의 동거생활 중 윗집으로 이사온 여자 목민아(진혜림)는 형편없는 피아노 실력으로 소음을 일으키지만 왠지 모르게 진가후는 그 소리가 밉지 않다. 그에 반해 유목인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며 목민아의 문에 낙서를 하는 등 티격태격을 이어간다. 그렇지만 역시, 뭔지는 모르겠지만 매력 가득한 유목인은 또 다시 목민아와 좋은 감정을 나누게 되고 남 몰래 목민아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진가후는

그렇게, 그대로 짝사랑을 보내준다.

그리고 마음속에서만 묻어둬야 했던 진가후의 짝사랑은 정작 소설을 쓰겠다던 유목인이 아니라 진가후의 손 끝에서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구체화 되며 영화의 후반부쯤부터 펼쳐지는데,

이게 이 영화의 별미 부분이다.

<협려XO>라는, 제목부터 내용까지 다소 난해해보이는 듯한 이 소설엔 짝사랑이라는 것이 요만큼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한 출판사 직원은 편집장에게 이 원고를 읽어 볼 것을 극구 고집한다. 짝사랑이 있음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아마 그녀도 짝사랑을 하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사랑을 하는 사람은, 특히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짝사랑 하는 사람을 더 잘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녀는 편집장(장국영)을 짝사랑 하고 있는 듯 했다.

영화의 끝 부분엔

"페어플레이보단 운이다. 누군가는 목민아를 찾고 어떤 이는 못 찾는다. 그게 인생이다." 라는 대사로 끝을 맺는다. 짝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음을 담담히 위로하는 듯이.

사실 영화 자체의 흐름도 매끄럽지 않았고 플롯의 완결성은 좀 부족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난 이 영화의

'뜬금없음' 이 좋았다. 병맛까진 아니더라도 꽤 유쾌하고 나름 신선한 방식의 영화여서 그 점에서 내 맘 속에선 별점을 조금 더 얹어줄 수 있었다.

짝사랑, 페어플레이보단 운이니 좌절하지 말자.



c42638264933845206ed5154a4c0e41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빠르망 | 질 미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