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청춘이 아무리 치기어리고 거침없이 흔들려도 좋을 시기라곤 하지만, 이건 너무 갔잖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무언가를 타고 황홀하게 서로 그 순간을 만끽하는 듯한 두 주인공.
댄과 캔디는 매우 빨리 돌아가는 그 놀이기구 안에서 어지러울 텐데도 불구하고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사실, 이 첫 장면은 그들이 마약에 중독 돼 영화 내내 약에서 빠져나오지 못함을 은유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서 둘의 첫 만남은 과감히 생략되어있다.
그저 사랑에 빠져버린 두 남녀, 댄과 캔디는 앞뒤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함께 질주한다.
돈이 없어도 괜찮다, 서로가 있으니까.
그렇지만 마약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약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결국, 그들은 돈이 없으면 괜찮지 않았다.
영화는 3막 구성으로 천국-현실-지옥 순으로 진행되는데 천국이라고 해서 마냥 천국은 아니다.
달콤한 사랑을 나누다가도 세상의 천국엔 현실이 항상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돈이 없어 결국 가보로 내려오는 반지까지 전당포에 맡기는 캔디는 값이 마땅치 않자 그녀의 몸을 팔기 시작한다. 그런 캔디를 보면서 괴로움을 느끼다가도 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시스템화 되어 있는 것만 같은 그는
그녀를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않는다.
영화는 청춘에서 책임감이 결여되었을 때의 최후를 보여주는 여정같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은 세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걸지도.
마약은 절대 놓지 않지만 책임감은 끝끝내 그러잡지 않던 둘에게 캔디같은 달콤함이 남아 있을리가 만무하다.
할 줄 아는게 사랑과 마약밖에 없던 댄은 끝을 보면서 아무리 히스레저가 연기했다지만 정이 가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도 일을 할 생각조차 안 하는 거지 하며 영화 내내 댄을 미워했다.
결국 그런 그들에게도 끝이 찾아왔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서야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된 댄.
하지만 댄에겐 이제 캔디가 없다. 그리고 캔디가 없어야 했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캔디를 위해서.
마지막 그의 눈물은 그래서 아프다.
그때만은 그래도 옆에서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었던 유일한 순간.
영화같은 현실은 없다.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은 더더욱 없다.
댄의 눈물은 아프지만, 그래서 결국, 그의 몫일 수 밖에 없다.
* 이 장면때문에 상큼한 사랑이야겠거니 하고 봤지만, 그런 사랑 이야기는 절대 아니라는 점 명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