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믿음을 얻어가는 과정

In 2018

by 글너머

2018년의 영국생활은 감사하게도 한식당에서 일하게 된 이후 안정되어 갔다.

묵묵히 난 일을 열심히 했고 이 한식당에서는 배울 일이 꽤나 많아서 그 일을 배우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이 한식당은 굉장히 바빴기 때문에 항상 바쁘게 일해야 했고

난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 전에 일하던 모든 곳들엔 할 일이 없어서

농땡이 치는 경우만 허다 했는데 이 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나에게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그 시점에 가장 친한 언니가 되었다는 것.

그 언니는 내가 일하는 방식을 좋아했고 아마 그 곳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 열심히 하는 사람 = 괜찮은 사람 이라는 등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

아마 첫 날의 우리의 관계 때문인지 언니는 나에게 서서히 말을 걸어줬는데

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지라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지기 보다 천천히 가까워졌다.

그 언니가 왕언니(?)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이후로 그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점점 그들의 일원 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목표 달성이었다! 그렇게 무시 당하는게 너무 짜증나서 내가 일 열심히 해서 그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오게 해야지 라고 다짐했던게 한 2달 전이었는데 성공!


믿음을 난 차차 얻어갔고 점점 재정적으로나 일하는 거에서나 만족감이 높아졌다.

1달동안 빡세게 일해야지 라는 결심은 잠시 보류 해뒀고 7-8월달에 예정되어 있던

발렌틴과의 여행을 기점으로 그만두어야 겠단 생각은 했다.

사실 모든게 다 만족스러웠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 한식당에서 일한다는 그 개념 자체가

나에겐 100%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학생이라면 모를까 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왔는데 한식당은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결국엔 최후에 선택 하는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거의 1월 중순에 이 한식당에서 처음 일하기로 시작한 거 였으니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단 훨씬 오래 일한거 였는데 그 만큼 난 만족스러웠다.

심적으로도, 돈 적으로도.


후에 동료들과 친해지게 되면서 들은 나름 웃픈 후일담은

내가 들어오고 나서 '성격 이상한 애가 들어왔다', '성깔 있는 애가 들어왔다' 라는 얘기가

오고갔다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처음 날 만났던 동료들이 나에게 만나자마자 왜 방어 태세를 취했는지 이제 어렴풋이

퍼즐이 맞춰졌고, 그때 처음 그 어린 나이에

'정말 사람 관계란 어찌 될지 모르는거구나' 싶었다.

나랑 그렇게 사이 안 좋던 언니가 이제는 그 식당 내에서 제일 내가 믿고 좋아하는 언니가 되다니.

하지만 내 면접을 보신 매니저 부부분들은 저번에도 말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선이 있는 듯 했고 그분들은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잠깐 가게에 오시면

인사만 하는 정말 딱 고용주-직원 사이 였는데

그 분들도 내가 생각보다 오래 일하고 또 점점 일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 다가와주셨다. 그리고 거의 내가 그만둬야 할 때라고 생각하던 그 시점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활짝 마음의 문을 열고 날 대해주셨다.


모든 일의 시작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그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 더 긴 시간의

노력을 요할 지 모르지만 그 시행착오의 끝은 굉장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믿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는 다는 것.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것. 믿음을 주고, 그걸 감사히 받는.

이 한식당에서 난 이런 것들 또한 배웠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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