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2018
가끔씩 예전의 흑역사들이 떠오르는 경험은 모두가 있을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이불킥을 하게 되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나 싶은.
흑역사라고 하면 나도 그 누구 못지 않게 셀 수 없이 많은데 2018년 한식당에서 나의 행동거지(?)는
무조건 흑역사 안에 포함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당연히 자신감이 붙게 마련이고 그 자신감으로 확신 있게 일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그 자신감과 자만 이라는게 아주 한 끗 차이라 그 선을 넘어가지 않고
정도를 지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변환되지 않으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확신, 그러나
팀 플레이어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용하고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난 그렇지 못했다.
한마디로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끝도 모르고 덤볐던거다(?).
안타깝게도 누군가가 나서서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진 않았는데
그들이 나와 그만큼 가까웠던 사람들이 아니었기도 한데다가 난 묘하게 독불장군이었다.
매니저 언니와 오빠는 나에게 무한 신뢰를 보여줬고 그들이 나를 아끼는 직원으로
대우해주는 건 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절대 그들이 나만 편애하고 그런 분위기를 일부러 조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할지라도 남들에겐 난
매니저와 특별히 친한 직원이었으며 오래 일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한식당의 일에 다른 직원들보다 훨씬
익숙해 보였고 나의 일하는 방식이 정답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을 테지.
이 한식당은 홀 안에서도 포지션과 단계가 굉장히 세분화 되어 있어서 각자 위치에서 일을 잘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고 홀 안에서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 중요했다. 한번 삐끗(?)하면 그 이후로는 다시 좋은 흐름을
타는 것이 꽤 어려웠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식당이 너무 바빠서 흐름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물론 그 방식에 정답이란 없다. 하루하루 상황은 매번 가변적이고 그래서
유도리 있게 효율적인 방향으로 방향키를 틀면 됐는데 난 그때쯤에 겸손한 척, 아닌 척 했지만
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라고
아주아주 자만하고 오만한 생각을 했다.
물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당했던 텃세(?)는 부리지 않았다. 내가 받은 상처가 있으니 그걸 절대
다른 사람들이 굳이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내 오만 덕분에 사람들의 일처리 능력의 기준을 내 맘대로 혼자 높게 설정해놓고
내가 생각해놓은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 왜 가르쳐줬는데도 못하지? ' 라고 생각하며 아주 자만하게도
마음 속으로 '일 못하는 사람' 이라고 낙인 찍곤 했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한테만 그랬으면 좀 좋아, 그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이 좀 더 많았는데
학생 비자로 일하고 있던 언니 오빠들은 학생 비자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나보다 훨씬 일을 적게 했고 아주 당연하게도 내가 더 늦게 들어왔지만 일이 느는 속도는 내가 빠를 수 밖에 없었다. 예상 가능하게도 난 그들에게도 건방을 떨곤 했는데 물론 대놓고 떨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자연스레 왕따가 되었을지도..
일할 때 난 확실히 내 성향 자체가 달라지는 편이고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조금 더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면
..? 난 전형적인 F와 P인데 일 모드로 들어가면 완벽한 T와 J로 변한다.) 그 바쁜 순간에는 남들의 실수에
훨씬 예민해지고 관용의 마음가짐이라고는 1도 없어진다.
그들에게 굉장히 많은 무안을 줬을 거고 그들의 마음에 생채기도 가득 가득 냈을거라고 생각한다.
일 하고 나서 난 수많은 사과를 하긴 했다. 아주 다행히도(?) 일이 마무리 되어 갈 즈음엔 다시 이성이
돌아왔고 내 잘못을 인지한 후 항상 진심어린 사과를 하긴 했는데.. 그게 뭔 소용인가.
이미 생채기 다 내놓고. 물론 사과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서도.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한 마음과 나의 자만은 공존했다. 미안한 마음이 없는데 그런 척 한 것은
절대 절대! 아니지만서도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그들보다 내가 더 낫다라는 생각이 공존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딱 그만큼 내 자기확신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져만 갔다.
누가 알았을까? 내가 그렇게 일하기 싫어하던 한식당에서, 그것도 1달만 일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에서
이런 건방을 부리게 될 줄이야. 믿음을 얻고 내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자신감과 자만의 경계에서
난 그만 길을 잃고 선을 넘어버린거지.
지금도 가끔씩 난 속으로 그들에게 사과한다. 또 한편으로 그들은 정말 너그러웠구나 싶다.
나같으면 한번 뭐라고 했을 것 같은데.
내가 자존심을 어쨌건 건드린 경우는 많았으니까. 사과의 여부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과오가 있기에 현재에 더 돌아보고 반성하며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그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지만
가끔씩은 그 순간을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위에 말했듯이 이불킥 하면서.
이 글로나마 마지막으로 내 말에 한번이라도 상처 받거나 기분이 나빴던 그때의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진짜 미안 언니 오빠! 내가 정말 미쳤었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