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너머 Sep 04. 2023

취향 모음집 1.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와의 연애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도 끝났고, 괜히 헛헛해진 이 마음. 뭔가 쓰고는 싶은데 소재의 고갈로

곤란해 하고 있던 찰나 창 밖을 바라보는데 영국의 새파란 하늘을 보니 소박하게 행복해졌다. 

그래서 한번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을 나열해볼까 싶다. 명확한 명분이 없어도 이렇게 내 취향 모음집을

써 보는 것 또한 날 아끼고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서. 



1.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일요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한적한 오전과 오후 그 사이. 좋은 곳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와인 한 잔 홀짝이며 대화 하는 것.

: 건설적이지 않은 대화 쪽이 이 경우엔 더 좋다. 심각한 얘기 말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당장은

현실성 없어보이지만 언젠간 무조건 같이 하자고 마음먹는 것들. 뭐 12월의 뉴욕 여행이라던가 한 여름의 

그리스나 발리라던가. 미래를 기약하며 지금을 잠깐 욕하는 것도 그때의 정신건강엔 좋을 때가 있다. 

와인, 여유로움, 좋은 사람이 공존하고 있는 그 현재에서 모순적으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안줏거리

삼는 게 괜히 더 즐겁다. 왜지?


2. 여름이 져 가고 가을이 슬금슬금 찾아올 때의 아침 공기. 

: 희한하게도 그 공기의 냄새는 다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무래도 여름의 공기는 텁텁하다고 해야 할까. 

여름을 사랑하는 나지만 여름의 공기에서는 부족한 그 청결한 산뜻함이 어느새 느껴질 때. 곧 다가올 가을, 

겨울의 냄새를 싣고 내 코로 와 닿을 때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쉬는 것. 

아침이어야 한다. 아침이어서 조금 더 서늘하고 그래서 더 깨끗하게 그 공기를 맞이할 수 있다. 내 볼에 

와 닿는 공기의 질감과 냄새는 곧 다가올 가을의 정경들을 상상하게 해준다. 캬.


3. 맥주 딱 한 캔과 야식. 

: 일을 다 마무리 하고 나에게 수고했다며 주는 맥주 한캔과 뭔가 씹을 수 있는 거면 충분하다. 아니다. 

사실 짜고 튀긴게 더 좋긴 하다. 그렇지만 무조건 맥주여야 한다. 특히 일 하고 집에 왔을 땐 밖에서 묻혀온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TV앞에 앉아 맥주를 까서 한 잔 하면, 그것보다 좋은게 없다 그 순간. 

왜 어릴 적 봤던 일본 드라마에서 일을 끝나면 그렇게 '비루(일본어로 맥주)'를 외쳐댔는지 이해가 가는

그 나이가 되어 버린건 슬프지만. 뭐 어떠랴. 난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4. 옛날 추억을 뒤적여 보는 것. 

: 아무 이유 없이 사진들을 보다가 필이 꽃혀서 몇년 전 사진들까지 뒤적이는 것. 그리고 마주친, 조금은

흐릿해진 기억들이 다시 선명히 다가올 때. 그럴 때면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도 모를 만큼 추억 여행은

흡인력이 있다. 과거에 얽매여 사는 것, 그것도 어쩔 땐 필요하다. 가끔씩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재도

이때처럼 즐거운 과거로 만들자고 결심하게 추동하기도 하니까. 


5. 연말 분위기의 거리를 걷는 것. 

: 영국에 살다 보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꽤 빠른 편인데, 그래서 더 빨리 설렐 수 있어 

좋다. 곧 다가올 이 일년의 끝이 아쉽지만 그 아쉬움도 잠시 그 연말이 주는 어느 정도 달뜬 분위기는

내 마음도 총총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여기 저기 슬슬 화려하게 치장 준비를 하는 거리들, 겨울이면 조금은

아니, 아주 빨리 찾아오는 런던의 저녁의 어두움을 환하게 밝혀주는 조명. 

그 거리를 걷다 보면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하며 설레는 것도 별미다. 물론 수많은 인파에 또 금세 

인상을 찌푸리는 건 비밀이지만. 사귀기 이전에 썸 단계가 더 설렌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크리스마스 그 자체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그 과정속에서의 모든 기다림의 단계가 다 설레고 

행복한건 나뿐?



일단 오늘은 5개로. 

소담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꽤나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우, 설레. 

출처: Bing
매거진의 이전글 컨텐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