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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너머 Feb 15. 2024

환승연애

난 왜 동진만 보면 울컥 울컥 하는가

저번 규민-해은 커플도 그렇고 다혜-동진 커플도 그렇고 장기연애를 한 커플들의 서사는 

이유불문하고 애틋하다. 6년도, 13년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며, 그 시간의 무게 또한 절대 가볍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나도 전 남자친구와 4년 연애 하고도 이제서야 끝이 난 느낌인데 저들은 얼마나 더 후유증이 심할까. 

물론 사람마다 다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에 칼로 무를 숭덩-하고 자르듯이 상대방의 이름표를 '사랑하는 사람'에서 '사랑했던 사람'으로

바꿔야 하는게 간단했다면, 사랑얘기가 이렇게 많지도 않았겠지!


장기연애커플이라는 타이틀에 당연하게 따르는 그 애틋함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6년 연애했어요', '13년 연애했어요' 라는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기까지는 깊고도 많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그 관계 안에 오롯이 자리 잡아 그 안에서는 적어도 굳건히 자리하고 있을 것임을 알기에 

그렇지 않을까. 헤어짐을 실행하고 나서도,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상대방을 다시 마주한다고 할 지라도

같이 만들어왔던 추억과 시간이란게 꽤나 만만치 않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적어도 나와 너가 마주하게 되는 그 시간 안에서는 또 다시 텃세를 부린다. 

'이런 너 모습은 내가 아주 잘 알지', '그래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하면서. 


그런데 이런 텃세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조용하고 고스란히 전해졌을 때 그 타격은 꽤나 센 듯하다.

정말 말 그대로 '굳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뭘 말하고 있구나, 이 사람이 뭘 생각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을 때 나 이 사람 꽤나 잘 파악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그 관계가 on 이라면 오만한, 그렇지만 그 오만함의 타겟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사람을 향한

관심의 척도로 우쭈쭈 하며 봐줄수 있는 반면에 off가 된 이후에는 

'아직까지도' 그 혹은 그녀를 잘 파악하고 있는 나의 이 감정은 꽤나 혼란스럽다. 

그 혼란스러움은 상대방을 향한 애틋함으로 치환되기에 너무나 쉬워서 더욱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고. 


규민도, 동진도 그래서 더더욱 그녀를 밀어냈던 거 아닐까 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일인치라도 허용해버리면 와르르 무너질 내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가드를 단단히 올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난 진짜 안쓰러워 죽겠다.(물론 내 추측!)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도 환승연애3의 한 장면 때문인데 

동진이 다혜와 자주 먹던 떡볶이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다혜의 표정. 

또 그런 동진을 바라봐 주는 다혜를 보는 동진. 


정말 딱! 딱 그 순간 둘이 옛날에 연애를 어떻게 했을지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내 애인이었을 때 주고받던 대화만 소거 되었을 뿐 다혜가 동진을 바라보면서 웃음 짓던 그 표정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어서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그리고 그런 다혜의 표정을 보고 '너무 빨리 먹나?' 라며 다시 떡볶이를 먹는 동진 또한 그 때는 

예전에 떡볶이를 빨리 먹는 동진을 나무라던 다혜를 보고 있던 동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진짜 광광-하고

울었다. 

나 혼자 과다한 감정이입 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 둘의 모습이 너무 애틋했다.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오면서 단순히 여자친구-남자친구 관계가 아닌 13년을 같이 지내온 사람이라는 

그 무적같은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의 그 둘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어서 애틋했나보다. 


한 가지 더.

다혜는 진짜 동진 옆에서 있을 때 제일 다혜 같아서 이쁘다!

매우매우매우 진부한 말인 거 아는데 그 장면을 보고선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정말 솔직히

다혜가 이뻐 보인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동진의 옆에서 동진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데

제일 진짜 다혜가 나온 것 같아서 정말로 이뻐보였고 난 그게 정말 신기했다.


다혜, 동진 그냥 둘이 잘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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