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쪽팔려.
다 보고 나오는데, 민망했다. 쪽팔렸고.
쪽팔렸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히 내 기분을 반영하는 것 같아 이 표현을 써야 했다.
거의 내내 영화 속의 괴물 찾기에 몰두 하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고 인물의 단면만 보고
그새 결론 지어 버렸던 나의 근시안을 영화를 곱씹어보며 다시 자각했을 때의 감정이란, 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인간이 은밀하게 무의식적으로 숨기고 있는 내밀한 선동성(?) 비슷한 것을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로 감각하게 한다는 것에서
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무조건 신뢰할 수 있다고 또 생각했다.
난 첫인상으로 타인을 제멋대로 오해한다.
나도 내 첫 인상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주제에 이해의 미덕은 어디가고
난 똑같이 사람들을 오로지 철저한 내가 세운 기준에 기반해서, 오해한다.
영화 1장에서 호리 선생님도 나같은 사람들의 시선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무섭게 생겼고, 웃을 때 괜히 으스스하니까. 그렇게 치면 교장선생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서 온전히 미나토의 엄마에 몰입해버린 나는 저 교장선생님도 인상이 보통 음침한게 아니라며 내 멋대로 악인이라고 마음 속에 몰래 도장 찍어놨더랬다.
이로써, 괴물은 호리선생님과 저 교장선생님 이겠거니 하고 방심하던 찰나,
호리 선생님은 다정한 사람이었네-가 2장부터 펼쳐진다.
더 인상과 행동이 부드러워진 건 내 기분 탓이려나. 그럼 괴물은 누구야?
나도 모르게 마음 속 괴물 찾기에 혈안이 되있었던 나는 이제 아이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호라- 너구나. 요리 이 녀석,
아, 이거 일본판 케빈에 대하여 같은 영화네. 하고 또 오만하게 혼자 결론 내렸다.
결론을 내리고 나면 모든게 다 그 결론에 덧 댈 수 있는 장면만 눈에 밟힌다.
그렇지, 애들도 거짓말 하지. 어머어머 호리 선생님한텐 그렇게 말 해 놓고 쟤 발 빼는 거봐.
여기서 난 그치지 않고 내가 몸 담고 있는 현실 세계까지 내 마음에 낚싯대를 휙- 하고 던진다.
맞아, 가끔 보면 애들 얄미울 때 있어. 그런거 보면 인간은 타고나기를 악한 걸지도- 하며
다시 한번 성악설에 마음의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호리가 불을 지른 걸 확인한 순간 난
‘케빈이네, 요리도 원래 태어날 때부터 케빈처럼 조금은 남들과는 다르게 더 악하게 태어났네’ 했다.
글을 쓰면서도 민망하다. 왜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으로 확정지어야 했는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며 이런 사람이 저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필연적인 불확실함을 왜 그리도 못 견디는지.
인간은 입체적이기에 내 시선과 마음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매번 실패한다.
괴물을 보면서도 실패했고.
사실은 있고 진실은 없다. 사람들이 사는 이 세계에선 절대 거짓이 될 수 없는 명제다. 결코 바뀌지 않을.
마지막 장면을 다 보고 난 후 난 나오면서 날 이렇게 부끄럽게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미웠고
또 더 그의 세계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마주한 괴물의 포스터.
흙이 잔뜩 묻은 얼굴을 하고 뒤돌아 보던 두 소년의 표정은 마치 내리쬐는 햇살을 향해
티없이 맑게 뛰어가던 그들을 나같은 어른이 멈춰 세워서 그렇게 된 것만 같아 괜시리 미안해졌다.
괴물은 누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