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동 호서비 Jun 10. 2024

금계국 사라진 자리에 핀 개망초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금계국으로 뒤덮였던 안동 낙동강 강변 공원에 개망초가 피기 시작했다.

“어, 벌써 금계국이 지고 있네, 여름꽃이라더니 아닌가? 아직 여름이 제대로 오지 않았는데 시들고 있으니 희한한 일일세”     


계절의 여왕 5월을 넘어 여름의 시작인 6월도 10일 정도 지나고 있다. 안동 낙동강 강변 공원에는 개망초가 활짝 피었다. 강변뿐만 아니라 도로와 길가 화단마다 지천으로 피었던 노란 금계국을 이기고 개망초가 만개하고 있다. 개망초는 하얀 꽃잎에 노란 속살이 동그랗다. 마치 계란으로 프라이를 한 모양과 비슷해 계란 꽃으로 부르기도 했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이다.   

  

안동 낙동강의 금계국이 6월 들면서 조금씩 시들고 있다. 노란 꽃잎을 떨구고 검은 꼭지만 남았다. 그 사이로 하얗게 핀 개망초는 금계국보다 큰 키를 이용해 햇빛을 독차지하려는 듯 하늘을 향해 하늘하늘 춤을 춘다.

   

노란 금계국 물결은 사라지고 하얀 개망초가 강변을 수놓는다.

 

“금계국이 뒤덮여서 토종 식물이 씨를 말릴 것이라고 하더니, 이젠 개망초가 금계국을 이기고 있네, 그런데 개망초는 우리 것이 아닌가?”     


산책길에 이웃 어르신이 인터넷에서 금계국이 너무 무성해 토종 꽃과 식물을 다 죽일 수 있다는 뉴스를 봤다며 말했다.   개망초!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귀엽기만 하다. 어릴 때부터 산과 들판에서 논두렁, 밭두렁에서 본 꽃이다. 여름 무렵에 활짝 피었고 가을까지 길게 산 꽃이다.  

  

안동 낙동강 중앙선 철교 밑에도 개망초가 만발했다.

  

인터넷에 소개된 개망초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라고 한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토종이 아니다. 구한말 때 철도 공사용 침목에 묻혀 들어온 풀이라고 하는데 그 전에 우리 땅에 살고 있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구한말에 유입됐다고 해도 벌써 100년 넘게 우리 땅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이젠 토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귀화식물과 토종이라고 구별하는 시간의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래종인데다 우리 국토를 해칠 수 있다고 알려진 금계국보다는 우리 것에 더 가깝다.   

  

낙동강 강변 자전거 도로에도 개망초가 활짝 피었다.

노란 물결이 강변을 뒤덮어 장관을 이루더니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이젠 금계국이 물러가고 개망초가 우세를 이루는 모양세이다. 노란 꽃 사이에 아니면 꺼멓게 시든 금계국 줄기 사이에 하얀 꽃잎이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빼빼 마르고 약한 아이가 혼자서 바람을 맞서는 듯이 애처롭다.      


개망초꽃을 보면서 금계국을 너무 많이 뿌려서 우리 하천을 해치고 토종을 모두 죽일 것이라고 떠들었던 인간의 입이 매우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알아서 금계국을 보내고 개망초를 받아들여 생태 환경을 조절한다.  외래 식물이라지만 금계국도 자연의 일부이다. 인간이 씨앗을 무분별하게 뿌려서 산과 들에, 강변에 지천으로 필 수밖에 없었다. 잘못은 인간에게 있다. 한번 무너진 자연을 원 상태로 되돌리기에는 시간과 돈,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래종으로 우리 산천을 해치고 있는 ‘가시박’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넝쿨을 타고 나무에 올라가 넓은 잎으로 햇볕을 가리는 가시박은 주변 나무를 해치고 풀 등 식물을 고사시킨다. 그대로 두면 없어지지 않고 주변으로 번져 자연을 더욱 황폐화하기에 인간이 개입해서라도 제거해야 한다.

     

안동 낙동강과 중앙선 구 철교(왼쪽 교량)

금계국도 마찬가지이다.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면서 인간에게 좋은 볼거리를 주었지만 일부 지역이 아니고 하천과 강, 산과 계곡 등에 너무 무성하면 오히려 주변 생태계를 해치게 한다. 인간이 개입하기 전에 사람이 이러한 사태를 만들지 않으면 좋겠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훌륭하다.     

안동시 낙동강 강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하얀 개망초의 물결을 눈에 담아보자, 그리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시들어가는 금계국의 마지막을 느껴보자, 자연의 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안동내방가사이야기 9. 어머니의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