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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 호서비 Jun 11. 2024

권익위 너마저 ...

믿을 데가 없다.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당할 때 암살자들을 보고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카이사르가 당시 직접 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우스 시저》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오늘아침(11일) 뉴스를 들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아마도 “권익위 너마저도...”라고 가슴으로, 머리로 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저도 “참 믿을 곳이 없네, 국민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나”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국민권익위가 현 대통령 부인이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가방 사건에 대해 공직자 배우자를 제재할 규정이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접수한 지 약 반 년 만이라고 한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와 언론인에 대한 부정 청탁을 처벌한다. 이때 전제 조건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즉 업무와 관련한 청탁과 함께 그 대가를 받았을 때라고 알고 있다. 즉 뇌물을 받았을 때라는 얘기다.또 배우자가 받았을 때도 배우자인 공직자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한다.

 

이 땅에 많은 공직자가 있고 그 배우자가 있다. 집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이 들어오면 혹시 하는 심정으로 공직자인 남편에게, 아내에게 묻는다. 이 선물이 왜 우리 집에 들어와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어떤 이유로 선물을 보낸 것인지를 따져 묻는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생기고 난 뒤부터 자칫 잘못해서 남편에게, 아내에게 누가 될까 싶어서 조심하고 있다. 일반 공무원과 그 배우자는 대부분 새가슴이다. 마음 졸일 수밖에 없다.


언론상에 오른 기사를 보면 권익위는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을 결정했다”고 한다. 아마도 공직자인 대통령이 아닌 그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법 규정에 없다니 올바른 해석이다. 그렇다면 300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고 동영상까지 공개된 대통령 부인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으니 지금부터 모든 공직자 부인들이 300만 원 정도의 선물을 받아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식인지 국민권익위는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업무 관련성에 대해 한번 되짚고 싶다. 공직자들도 자신의 직접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일반 공직자에게 해당할 뿐일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공직 업무를 수반하는 자리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모든 선물은 업무와 연관성이 없을 수 없다. 또 일반 공무원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은 단 한 가지이다. 누가, 무엇이 이뻐서 300만 원짜리를 그냥 주겠나, 지금 아니면 나중에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그리고 이번 결정으로 이 나라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공정과 정의를 무시한 권익위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함정에 빠져 선물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럼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명품가방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권익위 결정대로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에 아마도 최악의 경우 돌려주지 않고 받은 사람이 지금도 잘 갖고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훗날 부메랑이 되어 권익위로 되돌아올 것이다. 지난 8.7체제 때 앞장섰던 386세대가 지금 50~60대에 들어갔다. 당시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구한 것은 그들이 지도자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뒤에는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서있었고 지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의 인기도는 2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투사로 만들기 말기 바란다. 평범하고 하루 살기 바쁜 국민도 ‘이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치이다.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투사가 되는 사례는 허다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공정과 평등, 정의를 실천하는 나라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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